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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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③ 생명과학과 생명문화

존재 의미 뒤흔드는 생명과학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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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에 대해 말하면서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분야는 과학일 것이다. 오늘날 생명과학은 생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예는 의료 현장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현대의 생명 과학지식을 활용해 불치병을 치료하는 일은 물론 과거 같으면 이미 숨이 끊어졌을 경우라도 생명을 계속 연장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생명과학과 생명에 대한 치료 기술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졌다. 그 외 일반적 의료 분야에서도 생명과학의 연구결과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과거 의료 현장에서는 없던 일들이다. 그러기에 생명과학의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의료적 층위에 적용하는 문제를 거론하는 새로운 윤리학적 규범이 필요한 것이다. 생명 문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우리는 이런 현상을 해명할 생명윤리학을 정립해야 한다.

 이런 윤리적 문제보다 더 어려운 일은 생명과학의 지식에 근거해 사회를 해석하고 학문 형태를 변형하려는 흐름일 것이다. 현대 생명과학은 과학적 발견의 층위를 넘어 철학과 신학을 비롯한 인문학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생명에 대한 사실적 지식을 넘어 인간학적이며 존재론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해석학적 원리를 적용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 존재론적 의미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기에 생명과학에 대한 학문적 반성은 물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존재론적 지평에 근거해 철저히 성찰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일반인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철학적 영역에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이렇게 이뤄지는 해석학적 작업은 생명윤리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와 문화 영역에도 근본적 변화의 원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문제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경우다. 이들은 현대 생명과학에 기반해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인간 본성을 새롭게 해명하려 시도한다. 하버드대학 생물학교수인 E. 윌슨은 이미 1975년 「사회생물학」과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란 책을 통해 이러한 작업을 전개한다. 심지어 그는 이런 작업에 기초해 1998년 세계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통섭」 논의를 펼친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섭」 논의는 교육과 학문정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통섭」 주장은 존재론적 의미를 보지 못하는 일면적이며 맹목적 논의일 뿐이다. 그는 진화생물학에 근거해 모든 과학적 지식을 통합하려 한다. 심지어 예술과 윤리, 철학과 종교학까지도 진화생물학적 토대에 따라 이해돼야 하며, 그렇게 통섭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많은 비판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현대판 자연신학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비교적 최근의 학문적 경향이지만 그 영향력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뇌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나 인간 마음에 대한 진화론적 해명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인간 마음이란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응해온 결과라고 말한다. 생명의 신비는 물론 우리가 느끼는 의미와 깊이, 존재의 심연에서 우러나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현상까지도 이런 결과라는 해명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도킨스가 열렬히 주장하는 `만들어진 신` 논의를 보라. 또 그들 주장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이에 대해 존재론적 성찰이 얼마나 시급히 요구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생명과학적 철학, 진화생물학적 지식에 근거해 이뤄지는 이러한 자연신학적 물결에 대해 철학과 신학, 형이상학적 영역에서 성찰과 해석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분명 현대 생명과학은 물론 진화생물학에 근거한 학문적 작업은 생명 일반은 물론 인간의 본성과 행동, 몸과 뇌, 마음과 감정은 물론 생명 전체를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과학적 지식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생명과 인간 이해는 분명 내용 없는 공허한 신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더 절실히 필요한 작업은 이에 대한 존재론적이며 형이상학적 근거 정립이다. 그런 작업이 이뤄지지 못할 때 우리는 생명의 신비나 의미에 대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생명과학의 철학과 생명윤리학을 위한 근거를 정립하는 생명의 형이상학이 없다면 생명 의미는 왜곡되고 감춰질 수밖에 없다. 그에 근거하지 않은 생명과학과 윤리학은 맹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명문화를 위해서는 이를 근거 짓는 생명의 형이상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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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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