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신앙체험수기 우수상

오늘도 나는 행복을 선택합니다<2>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남편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방사선 치료 30회를 끝내고, 입대하는 아이를 데리고 논산훈련소로 갈 때는 기진맥진해 걷기도 힘든 상황으로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고서야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마저 훈련소에 입소시키고 두려움과 불안으로 떨고 있던 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고 자존감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언니가 저를 신경정신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약을 먹으니 불안한 마음도 좀 사라지고 밥맛도 생기며 조금이나마 잠도 잘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약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울증은 더 심해지고 어깨에 오십견까지 와서 약을 먹고 잠을 자도 어깨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겨웠습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습니다. `이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래도 지켜내야 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는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됐습니다. 살려고 안간힘을 쓰니 깜깜한 굴 속에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끝내고 우연히 TV를 보는데 웃음치료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웃을 일이 없는 저희로선 억지로라도 웃어 보자며 남편을 설득해 웃음치료 프로그램에 참석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에는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암 환자, 우울증 환자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웃는 연습, 감사하는 마음 갖기, 남의 마음 이해하기 등을 연습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남편과 군대에 있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같이 교육을 받는 분들은 남편보다 제가 더 환자인 줄 알고는 저에게 신경을 더 많이 써주었습니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 좋은 일이 생긴다. 하루의 시작을 웃음으로 시작하고 웃음으로 마쳐라.`
 
 본인도 암 환자이면서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던 모니카와 실비아 언니, 그분들 덕분에 조금씩 감사함을 알게 되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긍정적 생각이 들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치료가 끝나고 암 환자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에도 참석했습니다. 거의 암 환자들이었지만 그들은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하느님을 느꼈습니다. 세례를 받은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도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저에게 나를 창조하신 분은 하느님이며 하느님께서 사람에게만 선택의 자유를 주셨고, 제가 선택한 길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아니었다는 것과 하느님께서 저를 기다려주셨다는 놀라운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저의 모든 유전자가 하느님의 창조대로 깨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용기와 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남편과 아이를 내가 어떻게 해보려 했으니 그 짐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웠을까요? 하느님께, 그분 뜻에 다 맡기면 되는 것을….
 
 남편과 나의 병이 모두 본인의 생각과 잘못된 습관에서 발병한 것을 알았습니다. 유전자 회복과 치유는 잘못된 나의 습관을 고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남편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근심, 걱정, 원망, 질투, 분노 속에서 살았던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나를 다 내려놓자.`
 
 약 없이는 단 한 시간도 잠을 잘 수 없었고 음식도 먹을 수 없었던 저는 과감하게 약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두 시간이나 낮잠을 잤습니다. 옆에서 저를 지켜보던 남편도 놀라워했습니다.
 
 `아~ 말씀으로 이렇게 치유가 되는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이 저를 절망의 구렁에서 구해주셨습니다.`
 
 `내가 체험한 하느님, 나를 치유시켜 주신 하느님을 남편도 아이도 체험하게 되면 남편의 병도 치유되고 아이도 진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구나!` (계속)


 조인숙 아가타(수원교구 대천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4-0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히브 13장 16절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