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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행복을 선택합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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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병이 조금 나아지면 강원도 바닷가로, 충주에 있는 휴양림으로, 여수 요양원으로, 남편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24시간 버스, 택시, 또는 기차로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나 전처럼 원망을 하거나 걱정과 불안에 떨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저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엄마는 아줌마도 아니야!"라며 자기가 보호해야 할 아주 나약한 여자로만 저를 보던 아이가 저의 변화를 느끼며 "엄마도 이제 아줌마가 됐네?" 하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의 병은 병원에서 2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그 기간을 훨씬 넘기고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세상의 통계로 부정적인 말을 했지만 저는 긍정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도 2년간 카투사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제대를 했습니다. 남편은 아이가 제대할 때까지 제 곁을 지켜 주었습니다. 아이가 제대한 후 6개월을 더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줬던 남편을 2010년 1월 30일 하느님께서 데려가셨습니다.

 결혼하고 아무 탈 없이 온실에서 살아온 저희 가족에게서 하느님은 2년 동안 사랑하는 조카, 남편, 아버님, 어머님을 차례대로 당신 품으로 데려 가셨습니다. 세속적으로만 살아왔던 저는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마도 폐인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하느님을 몰랐던 과거가 있는 여자이지만 지금은 쓰러지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성당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세속에서 살고 있던 저희에게,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내듯 저와 아이를 죄의 종살이에서 이끌어내준 남편이 있었습니다. 세례를 받기 위해 성당으로 가족의 손을 잡고 간 것도 남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직장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신앙생활은 생각지도 못할 때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성당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때부터 하느님께서는 남편을 통해 저희 가족을 당신께로 이끌어주셨던 것입니다. 본인은 모세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하느님 나라로 갔지만 51년의 생을 마감하며 목숨 바쳐 사랑하는 가족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줬던 것입니다.

 생활하면서 어렵고 힘들 일이 닥칠 때면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남편의 희생을 생각하며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아주 잘 살고 왔노라 당당하게 말하리라 다짐하며 이겨내고 있습니다.

 남편을 보내고 먼저 시작한 일은 쓰다가 중단했던 성경필사였습니다. 성경필사를 시작했을 때는 2년 동안 완필하리라 계획하고 시작했으나 남편의 병 간호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었기에 성경필사를 멈추고 있었습니다. 성경필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신약을 먼저 쓰고 구약에 들어서자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도 안 되고 느낌도 없는, 그저 역사책을 베끼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체험한 후에 성경책을 펼치는 순간, 인생의 진리가 그곳에 다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2010년 10월 주교님께 축복장을 받았습니다. 성경필사를 시작한 지 5년 8개월 만이었습니다. 성경완필보다 제게 더 의미가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시작은 신중하게, 시작한 것에 대한 포기는 없다. 지금도 그 신념은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계속)

 조인숙 아가타 수원교구 대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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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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