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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을 맞으며 인생길을 바꾸려고 직업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건강이 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건강 핑계로 흙과 친구하며 흙의 친구들과 사귀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이젠 종종걸음으로 살았던 생이 여유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붕 위 소복하게 눈을 이고 있는 정자 위로 한 무리의 참새 떼가 몰려왔습니다.
"참새야, 나 서울 구경하게 생겼다."
흰눈 덮인 밭 땅속에서 개구리들과 지렁이들은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미의 애벌레도 그 옆에서 같이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구리야, 지렁이야, 매미야, 나 서울 구경하게 생겼다. 하하하!"
오가는 사람 없는 하얀 눈밭을 내다보며 친구들에게 소리쳐 보았습니다.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난생 처음 써 본 동극본이 `가작`으로 뽑혔다는 전화를 받고 참 기뻤습니다. 시골에 살아서인지 어리버리한 점이 많은 저는 1월 1일이 발표날인 줄 알아 낙선으로 알고 까마득히 잊었기 때문입니다.
참 바보 같은 나의 글을 읽고 좋게 평가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약력= ▲1950년 인천 출생 ▲강화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