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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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빈소 풍경 이모저모

갑작스런 영하 날씨 따끈한 미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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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성 신자가 명동성당 들머리 가톨릭회관 성모상 앞에 무릎 꿇고 김수환 추기경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착한 목자`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는 추도 열기는 길고도 뜨거웠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십시오"라는 유언은 그의 부재를 통해 더 큰 울림을 일으켰다. 남과 북, 이념과 지역, 빈부 격차, 종교의 벽을 넘어서서 `사랑과 일치`로 겨레를 하나로 묶었다.

 16일 오후 6시 12분 김 추기경이 선종하자,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위원장 정진석 추기경)를 구성, 5일장을 결정하고 운영위원회(위원장 안병철 신부, 사무처장)와 운영본부(본부장 조학문 신부, 관리국장)를 중심으로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홍보는 허영엽(문화홍보국장 겸 교구 대변인) 신부가, 의전은 김철호(청소년국장) 신부가, 명동성당 및 전례는 박신언(명동본당 주임) 몬시뇰이 각각 책임졌다. 또 장례 종합상황실을 명동성당 별관에 설치, 장례 진행 전반을 점검하고 대처했다. 교구 사제단 680여 명과 신학생 250여 명, 수도자 430여 명도 대거 성당을 찾아 일손을 거들었다.

 하루 평균 300여 명에 이르는 평신도 장례예절 봉사자들은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노약자와 장애자를 부축하고 근조 리본을 나눠주고 쓰레기를 치우며 장례의 `보이지 않는` 주역으로 큰 활약했다. 특히 교구 명동ㆍ서초동ㆍ한강본당 등 3개 본당 평신도들은 성당 들머리와 대성전 입구 및 빈소, 사목센터 1층, 문화관 등지에서 안내를 도맡았다. 위령 기도는 각 지구별로 순서를 정해 대성전과 가톨릭회관 1ㆍ3층에서 각각 이뤄졌다.

 이번 장례를 위해 특별히 명동성당 구내 문화관 1층 만남의 방에는 `프레스센터`가 마련됐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사장 오지영 신부)이 교구 문화홍보국과 함께 프레스카드와 촬영용 완장을 발급하고 보도자료와 함께 각종 취재 편의를 제공했다.

 허 신부는 장례 일정 중 매일 오전 10시 회견을 통해 그때 그때 현안을 간추렸고, 사안별로 보도자료를 내 취재를 도왔다. `국장(國葬)`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전 국민 추모 속에 하늘로 떠난 김 추기경 추모 열기를 이모저모에 담는다.

   #주변 호텔 화장실 등 개방
 
 ○…19일 밤 11시, 김 추기경 빈소가 차려진 명동성당에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의 허물을 덮던 김 추기경을 추모하기라도 하듯 흰 눈이 흩날렸다. 눈을 맞으며 줄지어 선 조문객들은 천상으로 떠난 김 추기경을 기렸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린 갑작스런 한파도 김 추기경을 향한 추모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2~3㎞씩 이어진 추모행렬에 합류, 3~4시간씩 기다려 김 추기경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바친 추모 인파는 19일 밤 11시 50분 현재 38만7420여 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원래 당일 자정까지로 예정돼있던 조문은 특히 18일 신자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질 않아 19일 새벽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자발적으로` 추모 대열에 합류, 근래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추모 인파를 기록했다.

 줄지어 선 추모행렬에 `사랑의 바이러스`가 피어났다. 세종호텔에선 조문객들이 몸을 녹이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드나들자 호텔 정문과 후문을 개방, 조문객을 적극 배려했다. 삼일로 창고극장(대표 정대경 요아킴) 또한 17일 낮부터 19일까지 극장 앞에 늘어선 조문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보리차 1만 2000여 잔을 대접하며 사랑을 나눴다.

   #조문 뒤엔 위령기도 올려 

 ○…김 추기경 시신을 지켜보며 `눈물`을 쏟던 조문객들은 짧은 묵념이 아쉬운 듯 다들 성당을 떠날 줄 몰랐다. 일부는 명동성당 지하성당 입구와 문화관 소성당, 꼬스트홀에 줄지어 서서 기다리다가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 참례하고, 일부는 대성전을 중심으로 가톨릭회관 1ㆍ3층으로 나눠 이뤄진 위령기도에 몰렸다.

 김정숙(안토니아, 대전 궁동본당)씨는 "젊은 시절 화곡본동본당에서 견진을 받을 때 김 추기경님을 뵌 적이 있는 데 그때 온화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새벽기차를 타고 상경했다"며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한다"고 전했다.

 위령기도는 교구 연령회연합회 연도강사 김영식(이시도로), 박주현(마리안나)씨 등 8명이 시간대를 바꿔가며 교대로 연도 선창을 이끌었고, 명동본당 연령회원 전원과 교구 중ㆍ동ㆍ서서울지역 봉사자 20여 명, 각 본당 연령회원도 수시로 함께했다. 자정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는 서서울(18일)ㆍ동서울(19일)ㆍ중서울(20일) 등 각 지역별로 사제와 수도자들이 `밤샘` 위령기도를 바쳤다.

 김홍진(서울 문정동본당 주임) 신부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 강론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신 삶은 또 다른 그리스도의 모습을 무언의 침묵으로 보여주고 계신다"며 "언젠가는 가셔야 하셨겠지만 그분의 빈 자리가 매우 커 눈물짓게 한다"고 말했다.

   #김밥과 어묵 국물로 아침
 
 ○…장사진을 이룬 추도 행렬에선 갖가지 에피소드가 속출했다. 조문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됐지만, 한시라도 먼저 조문하고자 신자들은 택시를 타고 명동성당으로 향했으나 행렬이 성당에서 인근 세종호텔까지 이어져 있기에 택시를 내려 한참을 돌아가 줄을 서야 했다. 아침 7~8시가 돼도 줄이 줄어들지 않자 조문객들은 제각기 준비해온 김밥과 어묵 국물로 아침을 때워야 했다.

 날씨 또한 우수(18일)를 전후한 시기여서 추위가 풀릴 듯한데도 풀리질 않아 담요를 두른 채 기도를 바치는 조문객도 나타났고, 포대기에 아기를 싸 안고 조문을 온 어머니도 눈에 띄었다. 가수 강산에(본명 강영걸, 44)씨처럼 가족 단위로 위령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임정훈(안젤로, 9, 수원교구 죽전 효주아녜스본당)군은 "TV로만 김수환 추기경님을 뵙다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부모님을 졸라 빈소에 왔다"며 "김 추기경님이야말로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 계신 분 같아 직접 얼굴을 보고 싶었다"고 조문 이유를 전했다.

   #조문객들 방명록에 남긴 헌사도 화제
 
 ○…추모 행렬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종교 등 각계 각층을 망라했다.

 특히 조문객들이 방명록에 남긴 `헌사`도 화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님, 우리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고 썼고, 김형오 국회의장은 "역사와 양심을 일깨워주신 겨레의 큰 스승, 영혼까지 빛나소서"라고 기원했다. 이용훈(요한 사도) 대법원장은 "죽음 저편의 찬란한 세계를 보여주신 복인이시다"고 한 마디를



가톨릭평화신문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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