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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각계 인사 추모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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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총재 이회창 (올라프)

“모든 일 주님께 맡기고 기대며 매사에 활력·영감 주셔”

김수환 추기경님,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기분이 듭니다.

추기경님 생전,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는 찾아가 뵙고 그렇지 않을 때는 찾아뵙지도 않지 않았나 하는 자괴심에도 사로잡힙니다.

제가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법조 시절의 후배법관들이 회갑기념으로 논문집을 출간한 일이 있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그 출판기념일에 오셔서 과분한 찬사를 해주셨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는 대개 덕담을 하는 것이 관례지만 당시 추기경님의 말씀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식구들에게 “추기경님 말씀이니까 그 칭찬은 전부 진짜야” 라며 자랑한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김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것은 그분의 생각과 말씀이 단순히 성직자나 종교인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고뇌와 철학을 담고 있고, 때로는 매우 정치적인 배려까지도 아우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대표로서, 대통령 후보로 정치권에서 부대끼다 보면 때로 심한 좌절과 환멸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 추기경님은 예기치 않게 전화를 주셔서 “힘들죠?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고 기대세요”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성직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그분이 말씀하시면 바로 활력이고 영감이 되었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한 후 찾아뵈었을 때도 김 추기경님은 “이런 결과는 이 총재에게는 안타깝고 섭섭한 일이지만 한편 나라를 생각하면 극심한 동서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섭섭했겠지만, 그분의 말씀이어서 그런 지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말 그대로 한군데도 걸리고 막힌 데 없는 분이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이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례하면서 때로 그분의 미사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옆에 들킬까봐 몰래 눈물을 훔치느라 애먹은 기억이 납니다.

진실과 순수함에 대한 속인의 회한 때문이었을까요.

지금도 그분의 웃으시는 사진을 보면서 그분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전재희 (마리아)

“생명의 소중함 일깨우며 나눔·사랑의 가르침 몸소 실천”

어느덧 2월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셨던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곁으로 가신지 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지금이라도 온화한 미소로 “마리아,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세요” 라고 따뜻하게 말해 주실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보고파 다시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지난 2003년 2월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생명 31운동본부 출범 및 낙태아 추모미사’에서 추기경님을 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연간 수십만 명의 태아들이 낙태되어도 어느 누구 하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오늘날의 반생명문화를 개탄하시며 이 땅에 평화와 새로운 생명문화가 꽃피기를 간절하게 기도하시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은 커다란 울림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 한결같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애쓰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언젠가 추기경님과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처럼 어떠한 생명도 버려지고 않고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리라 믿으며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김 추기경님 역시 평생 이 짧아 보이는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기에는 멀었다고 말입니다.

저는 김 추기경님이 몸소 실천해 보이신 나눔과 사랑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생명이라는 축복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축복의 기간 동안 추기경님의 말씀들을 잊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는 삶에 다가가도록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김 추기경님!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녕 행복했습니다.

부디 천상의 세계에서 영면하소서. 그리고 하늘에서 오래도록 저희들을 기억해 주소서.

조각가 최종태 (요셉)

“소탈하게 머무르셨던 성자”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이후 그 빈자리를 너무나 절감하며 지내왔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어려움이 있을 땐 항상 따끔한 충고와 지혜로운 당부 말씀을 주시고, 또 직접 행동을 하셨던 분이셨지요. 최근에 김 추기경님이 안 계셔서 큰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분이 계셨다면 우리 사회의 어수선함이 좀 빨리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시간이 흘러 더욱 기억나는 김 추기경님의 면모는 절대 자신을 드러내거나 높이지 않는 소탈함입니다. 사실 추기경 정도 되면 대외적으로 이미지 관리도 좀 할 필요가 있는데, 김 추기경님은 늘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셨지요.



가톨릭신문  20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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