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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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32) 독특한 결혼문화

‘혼인장애’로 영성체 못하는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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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끝에 손가락을 찔린 아주머니 한 분이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성당에 찾아왔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손가락은 많이 부어있었습니다. 고름을 짜내고 약을 발라주고 상처를 거즈로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씩 거즈를 새로 갈아주었고 오늘은 이 아주머니가 세 번째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늘 열 살쯤 되어 보이는 딸을 데리고 함께 옵니다. 그런데 오늘은 상처를 치료하는 중에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부인은 어디 있어요?”

부인이 없다고 대답하자 자기 딸을 가리키며 저에게 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공짜로?” 이렇게 물은 까닭은 이들에게 여자아이는 큰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시집을 보내면서 여자의 몸값으로 소를 얻습니다. 만약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신부로 맞이할 때는 여자의 값어치가 크게 올라갑니다. 30마리, 50마리, 심지어 200마리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반면에 여자의 부모가 자신의 딸을 데려가라고 할 경우에는 소 10마리로도 여자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저에게 자기 딸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공짜로?”라고 물은 제 질문에 아주머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지금은 소를 주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주면 돼요.” 저는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 짓고 아주머니의 손가락을 마저 치료해주었습니다.

이곳의 결혼문화는 조금 독특합니다. 때문에 성사를 집전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이곳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영성체까지 하는 신자들은 대부분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입니다. 간혹 어른들 중에도 영성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주로 남편과 사별한 여인이거나 부인들(?)과 사별한 아주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입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결혼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본당 미사에는 열심히 나오지만 영성체를 하지 않는 젊은 신자들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그들은 이곳의 관습에 따라 여자를 맞아들입니다. 그리고 지불해야 할 소가 30마리라면 그중 일부를 지불합니다. 그러면 일단 여자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아이도 낳고 함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혼인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지불해야할 소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든 소를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게 되면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더 이상 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면 바로 신부 측 가족이 신랑을 고발하고, 신랑은 남은 소를 신부 측 가족에게 지불할 때까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우리와는 참 많이 다른 문화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조당’ 상태인 젊은 신자들이 많고, 그 외에는 일부다처제로 인해 조당 상태인 경우입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혹여 내 기준으로 섣불리 접근하고 적용할 때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수도 있겠죠. 아프리카 남수단. 단순한 듯하면서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듯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아직은 수수께끼 같은 나라입니다.


 
▲ 자기 딸을 주겠다고 말한 아주머니와 그의 딸.
이곳 신자들은 독특한 결혼문화로 인해 ‘혼인장애’ 에 걸려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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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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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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