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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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34) 네 번째 룸벡교구 청년대회

신난 아이들 태운 트럭, 무사히 도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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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성탄을 며칠 남겨두고 룸벡교구에서는 아주 큰 행사가 열렸습니다. ‘믿음’을 주제로 교구 내 11개 본당에서 젊은이 400여 명이 룸벡에 모였습니다. 네 번째 룸벡교구 청년대회가 열린 것입니다. 매년 열리는 교구의 가장 큰 행사가 바로 이 청년대회입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마쪼랄리 주교님의 선종으로 대회가 연기됐고, 한 해 걸러 이번에 청년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있는 신부들은 청년대회 참가 경험이 없습니다. 첫 참가여서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과연 3박4일간 청년대회를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신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합니다. 참가할 청년들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또 이들을 룸벡까지 어떻게 데려가야 하는가? 처음에는 ‘어디서 버스를 대절할 수 없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도로에서 종종 만날 수 있던 대형버스는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고, 작은 승합차를 빌리는 것은 비용이 만만찮을 것 같아 결국 트럭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룸벡으로 이동하는 날 아침, 쉐벳본당 아이들은 오전 9시에 모여 인원점검을 하고 장기자랑 시간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깁니다. 트럭에 플래카드를 거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아강그리알본당에서 아침 일찍 모여 아이들을 태우고 쉐벳으로 나오는데 트럭으로 그 험한 길을 달려야 하니 잘 도착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멀리서 트럭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트럭 위에 잔뜩 올라탄 아이들이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복장이 아주 끝내줍니다. 원숭이 얼굴 가죽을 머리 위에 쓰고 있는 녀석도 있고, 팬티 하나만 입고 목동으로 분장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옷도 잘 입고 다니는 아이들인데 청년대회에 참석한다고 나름 준비한 모양입니다. 성당 마당에 내려서는 이리저리 뛰고 돌며 쉐벳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강그리알에서 쉐벳까지 아이들을 태워온 트럭이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여럿이 밀어보기도 하고, 고쳐보려고 해보았지만 결국 실패, 쉐벳에 있던 다른 트럭에 50명을 태우고 나머지 30명은 작은 차 두 대와 승합차 한 대에 나눠 태우고 출발하기로 합니다. 차에 문제가 생겨 신부들은 걱정이 태산인데 아이들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저 신이 나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자기들끼리 즐겁습니다.

룸벡으로 이동합니다. 길도 좋지 않은데 트럭에 태운 아이들이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조심 운전합니다. 시속 20km로 천천히 달리다보니, 룸벡까지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룸벡에 도착합니다. 대신 아이들 얼굴은 하얘졌습니다.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썼거든요.

교구청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을 태운채로 주변을 몇 바퀴 돌았습니다. 일종의 카퍼레이드였죠. 힘들게 여기까지 온 아이들에게 무언가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목청껏 노래하고 소리 지르며 자신들의 존재를 모두에게 알립니다. 이렇게 네 번째 룸벡교구 청년대회가 시작됩니다.
 

 
▲ 룸벡교구 청년대회에 가던 중 차에 문제가 생겨 신부들은 걱정이 태산인데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나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자기들끼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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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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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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