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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11-나의 안녕을 거부한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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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는 주일이 되면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청소년 친구들의 이름을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본당에 부임할 때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학년별로 촬영을 부탁하고 현상된 사진에 한 사람씩 이름을 써서 책상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청원기도를 하며 친구들을 한 사람씩 기억했다. 주님 베드로를 축복하소서. 주님 마리아를 축복하소서…. 그래도 이름이 외워지지 않았다. 할 수 없어 주일 청소년 미사 공지사항 시간에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얘들아 신부님은 너희와 친하고 싶은데 IQ가 안 좋아서 이름을 외우기가 어렵구나. 그래서 부탁하는데 나를 만나면 무조건 신부님 저는 비아예요. 제 별명은 복덩이에요 라고 말해 줄래? 그 후 청소년 친구들은 나를 만나면 뛰어와서 자기를 소개하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 이름을 한달 안에 다 외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본당에서는 청소년 친구들을 오랜 시간 만날 수가 없다. 다음 미사나 고해성사를 위해 늘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청소년들을 환대해 주고 싶었다. 청소년이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주로 스킨십-악수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는 것-을 통해서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미사 전에 한꺼번에 많은 친구를 만나면 특유의 친밀감과 제스처로 안녕 안녕 하며 눈을 맞추면서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으로 인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친구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서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한번씩 두드리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오랜 만에 성당에 나온 고1 미카엘이 보였다. 그래서 그에게 오랜만이다 라고 하면서 어깨를 두드리려고 손을 뻗쳤는데 그 순간 됐어요 하면서 미카엘이 내 손을 내치는 것이 아닌가? 그 갑작스러움에 당황해서 어 그래 하고 어색하게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 제의방에 들어왔지만 마음은 매우 힘이 들었다.

미사 내내 미카엘을 의식했다. 강론도 평소와 달리 더듬거렸다. 왜 나를 거부했을까? 미카엘의 마음 안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알 수 없었다. 몇몇 청소년 친구들은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을 보면서 신부님이 왜 저렇게 힘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공지사항 시간에 이렇게 얘기했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친구라는 표시로 늘 어깨를 두드리고는 했지요. 그것은 우리가 친밀하고 친한 친구라는 나의 표현이었지요. 하지만 저의 친밀한 친구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손을 내미세요. 그러면 악수만 할게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수군거렸다.
 
 나는 어깨가 축 처져서 퇴장했다. 그리고 성당 문 앞에서 인사를 하기 위해 서 있었고 청소년 친구들이 나오자 나는 일부러 악수를 한 사람씩 했다. 그러면서 힘없이 잘가 를 되뇌고 있었다. 저기 미카엘이 나오고 있었다. 그가 줄을 서서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데 미카엘이 신부님 제 어깨 한 대만 쳐 주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해방됐다.
 
 나중에 미카엘이 사는 구역의 반장님을 통해 미카엘 상황을 알게 됐다. 아빠가 술을 드시고 자주 엄마와 미카엘을 폭행했다고 한다. 난 그때 비로소 미카엘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갖는 그 상처를….
 
 미카엘아 나는 순간 네게 상처를 많이 받았단다. 신부님도 너와 같은 청소년 친구가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단다. 하지만 너의 상처를 알고 난 후 난 많은 순간 네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 따뜻한 시선과 작은 기도를 보내고는 했지. 지금은 네가 이미 가정을 가졌다고 들었단다. 너는 네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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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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