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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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레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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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레오를 기억하십니까? 퇴계원본당에서 레크리에이션과 댄스를 잘 하는 친구말입니다. 지난해 레크리에이션 연수 때도 봉사했었지요. 1년쯤 전 제가 사목부를 떠나기 얼마 전 어느 저녁 회관 앞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날 저녁 회관 앞에 레오가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레오야 참 오랜 만이구나 하고 악수를 청했지요. 그런데 그 친구 반응이 매우 어색했고 잘 지내니? 하고 물으니 그냥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이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왜 그러지? 그러고는 인사를 나누고 약속이 있어서 서둘러서 회관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저녁에도 레오는 회관 앞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레오에게 말을 건넸지요. 레오야 요즘은 자주 오네 하고 말입이다. 그런데 비오 신부님 맞으시죠? 하면서 레오가 들려준 이야기는 저를 아주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그런 레오를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 나 조 신부야. 비오 신부야. 그래서 레오와 이야기가 시작됐지요.
 
 주님 주님께서 잘 아시듯이 레오는 춤과 레크리에이션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매년 레크리에이션 연수를 하게 될 때 사목적 댄스를 함께 만들던 친구였고 직업도 가수들 댄스를 안무해주는 일을 하는 그 방면에서 인정받고 있던 것을 잘 아시지요? 레오에게는 청소년 사목 관련 연수에 참여한 청소년과 동반 교사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이 삶에서 큰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것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 쯤에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4개월 동안 부분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살아나지 않아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서 그동안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레오는 친구인 바실리오 도움으로 지난해에 사목부에서 댄스를 하던 사진을 보게 됐는데 그때서야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관에 오면 기억이 완전히 살아날 것 같아서 매일 회관에 들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님 레오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 부분을 찾을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기억해냄으로써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레오는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레오의 기억에 제가 자리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주님 저는 청소년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면서 그들 안에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께 대한 추억을 말입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과 아름답고 우정 어린 추억을 말입니다. 그들의 젊은 시절 추억 만들기 가 그들 삶의 아픔과 갈등의 시기에 다시 그들을 일으키는 원체험이 될 수 있게 말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었고 또 함께 있는 것은 제게 큰 선물입니다. 그들의 그 아름다운 추억 한가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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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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