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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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청소년사목은 성소를 심는 하느님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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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가 있다. 1990년 새 신부로서 한 본당에 사제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일이다.

 그해 여름 주일미사가 끝나고 무료하게 저녁을 보내고 있는데 베드로(가명)가 찾아왔다. 당시 대학교 3학년으로 교사였던 그는 교사회에서도 리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제관에는 어느 신자분이 갖다놓은 술이 한 병 있었고 우리는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비워갔다. 개인적인 갈등과 삶의 방향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 등…. 새벽 2시 베드로와 깊은 이야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을 자려니까 술을 마실 때는 느끼지 못했던 취기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천장이 빙빙 돌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순간 내일 새벽 미사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났다. 그리고 혼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수녀원에 인터폰을 했다. 잠시 후 작은 수녀님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놀라서 받으셨다. 나는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5시30분에 꼭 좀 깨워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전한 뒤 인터폰을 끊었다.

 다음 날 너무 긴장하고 잠을 잔 탓인지 5시에 잠이 깼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무려 30분 동안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작은 수녀님의 폰을 받았다. 수단을 입고 미사 15분 전 2층 제의실로 가려고 바깥으로 나 있는 철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2층위의 문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결국 기어서 계단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제의를 입고 나는 미사 전 기도를 드렸다. 내 평생 그렇게 간절히 미사 전 기도를 드린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6시가 되어 시작 성가가 들렸고 나는 복사들과 함께 제의방 문을 통해서 입장했다.

 잠시 후…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내 사제관 방안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수녀원에 인터폰을 했다. 제의방 문을 나선 이후 시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녀님 혹시 오늘 아침 미사 어땠어요? 왜요 신부님? 아니 혹시 제가 뭐 이상한 것이 없었나요? 아니요. 평소와 다른 것은 미사가 끝나고 인사도 안하시고 고해성사도 안 주시고 바로 가시던 것뿐이었어요.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는 그 새 신부 때의 충격적인(?) 경험 이후로 다음날 새벽 미사가 있으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 이듬해 나는 그 본당을 떠나게 되었고 그 이후 베드로는 성소를 갖게 되어 신학교를 입학하게 됐다.
 
 시간이 흘러 11년이 지났다. 교구의 청소년 사목 책임자로 너무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베드로 부제에게 전화가 왔다. 첫 미사에 신부님이 꼭 와주시면 좋겠다 는 부탁이었다. 사실 그 날은 중요한 워크숍이 있는 날이었기에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새 사제의 첫 미사이고 첫 본당의 우정을 맺은 친구 부탁이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첫 미사를 참여하고 마지막에 참여한 사제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베드로 신부님의 소개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 계신 신부님들 중에 제게 성소를 심어준 분이 계십니다 하면서 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1990년 8월 그 여름 주일 밤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베드로 신부가 되는 것이 어때? 하면서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사실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아마도 그것은 많은 이야기 중의 한 토막이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많은 친구들이 신학교와 수도원에 갔다. 성소주일 미사 후에 신부님 수녀님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어린이는 내 사제관에 오면 좋은 묵주를 하나씩 줄거예요 하면서 아이들을 꼬시면(?) 묵주에 욕심이 난 어린 친구들이 벌떼처럼 사제관에 모여들었고 또 장난꾸러기 친구들에게는 장난으로 독신 방사(축성)를 주면서 혼자 살아라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순간 아이들을 성소로 끊임없이 초대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에게는 그 작은 초대가 매우 비중있는 것으로 수용되기도 했다. 신학교나 수녀원에 들어갈 동기가 그때 내가 준 어떤 한 토막의 말과 행동에 의해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청소년 사목은 성소 사목이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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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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