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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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목 이야기] 20. 내가 청소년 사목을 택한 이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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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함과 사춘기의 갈등은 성체조배를 하며 주님께 눈물을 흘리던 것으로 지나갔다. 얼마나 많이 성당에 혼자 앉아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본당 신부님이 당신 어머니의 장례를 지내고 오셔서 이제야 성모님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시면서 성모님이 바로 당신 어머니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도 성모송을 외우면서 내 어머니께 기도했다. 어쩌면 그 수많은 묵주기도들 가운데 내 사춘기는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바로 내 어머니가 주신 그 사랑의 기억과 함께….

 난 사제가 됐고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청소년 사목에로 초대하셨다. 난 한아이가 홀로 있으면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어떻게든 말을 걸고 무엇으로든 초대했다. 한아이가 내뱉는 한마디 말에서 그의 배경을 생각하게 됐고 어떤 친구의 고민 한마디에 내 마음은 온통 그 아이 생각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혼자 있거나 말이 없거나 무언가 문제를 담은 아이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했고 본능적으로 내 마음이 그곳에 머물렀다.

 난 그 아이들의 우울함에 내 사춘기의 우울함을 그 아이들의 고독함에 내 사춘기의 고독을 그들의 공허감에 내 사춘기의 공허감을 읽으며 지독하게 외로운 사춘기를 보냈던 내 모습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의 숨겨진 마음을 읽는 데 남들보다 빨랐는지도 모르겠다. 난 어쨌든 청소년 친구들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궁리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청소년에 대한 지식도 그들에게 매력도 그들을 도울 방법도 아무 것도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을 향한 마음이었다.

 나에게는 그들을 위해 나를 바치고 싶은 마음 그들을 돕고 구원하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열정에 가득 찬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인생 초기의 13년 동안 넘치도록 그래서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넘치도록 받은 내 어머니에게서 배운 그분 마음이었다. 아니 하느님께서 내 어머니를 통해서 나에게 가르쳐주신 마음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을 울리는 그 사랑의 순간에 그분 마음이 담겨 있다. 유리 상자 이것들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하느님의 마음이며 나에게는 하나의 성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랑을 바로 내 어머니가 내게 담아 주셨던 그 하느님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난 지금도 버스를 타고 가다 전철을 타고 가다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 만나면 저 친구는 무엇을 힘들어 할까? 하고 본성적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이러한 나의 삶의 어둠과 아픔을 통해서 그리고 어머니의 그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청소년 세대를 구원하라고 내 마음에 불을 지피시는 것이다.

 난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내 부모님을 남들보다 일찍 데려가신 것이 나에게 부정적 사건이었나?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확실한 대답을 얻게 된다.

 그 사건이 내게 부정적이었든 긍정적이었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간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민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나는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찬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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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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