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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6) 학교가 아닌 군대로 가버린 청년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티토와 아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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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박! 인 아 뿌올? 엔 아 뿌올. 아빳 아뻬이!” 딩카어로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4주간의 딩카어 연수를 마치고 아강그리알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룸벡에 머물면서 오전 오후로 문법과 독해, 발음에 중점을 둔 교육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장 구조와 단어를 익히게 되면서 그동안 전혀 알아듣지 못했던 이들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하나둘 익혀나가야 되겠지요.

저와 표 신부가 딩카어 연수로 자리를 비운 지난 4주 동안 아강그리알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예수회 신부님 한 분이 피정을 하러 다녀가셨고, 방학을 맞이한 신학생들이 본당으로 돌아왔고, 직원 중의 한 명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습니다. 청년들의 군 입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강그리알 컴파운드에는 저희 말고도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성당 직원 중의 일부,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는 교리교사들, 그리고 일꾼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언급된 청년들은 초등학교는 졸업했지만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들입니다.

이 청년들은 성당 컴파운드에 머물면서 성당에서 하는 일에 일꾼으로 참여하고 급여를 받습니다. 급여의 일부는 저희가 모아두었다가 학비로 쓰도록 한 번에 주게 됩니다. 아직 경제 개념이 부족한 이들이기에 돈이 생기면 모으지 못하고 바로 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들 중 두 명, 티토와 아테르가 그동안 모은 돈을 받아간 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길에서 만난 신자들에게 군에 입대하러 간다며 한 신부님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만 남긴 채 떠났습니다.

소식을 들은 저희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학교가 아닌 군대로 가버린 그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군대에 가라고 재워 주고 먹여 주고 일거리를 준 게 아니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티토와 아테르, 제가 보기에는 참 괜찮은 청년들이었습니다. 티토는 일을 가르쳐주면 쉽게 배우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고, 아테르는 큰 키와 덩치에 비해 순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친구였습니다. 또 여가 시간에는 저에게 찾아와 수학 문제 풀이를 물어보기도 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이 섭섭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됩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미 군에 들어갔고 최근에 국경지역인 아비에이 지역으로 파견됐다고 합니다. 아비에이 지역은 석유가 매장된 곳으로 현재 유엔군이 파견되어 있고 분쟁 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위험한 곳이지요.

어떤 생각으로 군에 입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가서든 자신들이 한 때 외국에서 온 신부들과 함께 지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건강히 지내다가 다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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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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