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7) 고장난 자동차 (1)

험난한 길을 달리던 차가 멈춰 섰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아강그리알과 쉐벳을 이어주는 길에서는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에는 진흙 바닥에 차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늘 험한 길을 달리기에 언제 어떤 부속품이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가지 경우를 동시에 경험하는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사건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표 신부가 아강그리알에서 미사를 하고 제가 쉐벳 공소에 가는 날입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쉐벳 공소에 가져다 줄 물건들을 챙기고 차에 기름도 채우며 떠날 채비를 합니다. 오늘처럼 차가 움직이는 날에는 꼭 태워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오늘은 두 청년이 찾아왔고 그 둘을 태우고 쉐벳으로 떠납니다.

요 근래에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내려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 도로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은 잘 닦여진 길이 아니라 차들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차가 빠지지 않길 기도하며 쉐벳을 향해 달립니다. 혹여라도 문제가 생기면 미사를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미사를 드리러 가는 길이어서였을까요? 쉐벳으로 가는 길에는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해서 미사를 드리고, 미사 후에는 다친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또 그동안 성당 밭 땅콩 수확 작업이 있었는데 고생한 아이들에게 옷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은 아강그리알로 갈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단 룸벡에서 온 신부님 한 분과 수녀님 한 분을 모시고 가야합니다. 두 분은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아강그리알에서 열리는 교리교사 워크숍을 진행하실 분들입니다. 그리고 워크숍에 참가하는 교리교사들도 몇 태워가야 하고요.

아강그리알로 들어가는 험한 길이 처음이신 그분들을 위해 제가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잘 따라오실 수 있도록 천천히 달립니다. 따라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저도 10Km/h로 달리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오늘은 아강그리알까지 두 시간은 족히 걸리겠구나!’

그런데 갑자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쇠가 갈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립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차에서 내려 바퀴를 확인합니다. 혹시 나무나 철사 같은 이물질이 끼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보지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차에 타고 또 조금 더 가보는데 또 소리가 납니다. 내립니다. 확인을 하고 다시 움직입니다. 소리가 납니다. 안되겠다 싶어 차를 아주 세웁니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던 신부님에게 먼저 아강그리알로 들어가서 표 신부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시간은 오후 네 시. 해가 지려면 세 시간이 남았습니다. 신부님이 아강그리알에 도착하는데 한 시간, 표 신부가 이곳까지 나오는데 한 시간, 아무래도 오늘 차를 고쳐 아강그리알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무전을 해서 이곳 상황을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차에 자전거 한 대가 실려 있습니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다시 쉐벳 공소를 향해 달립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9-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루카 1장 49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