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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8) 고장난 자동차 (2)

험한 길 … 차들이 늘 말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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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높은 안장과 망가진 페달 때문에 제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낑낑대고 있으니 데이비드 볼이라고 하는 키가 2미터쯤 되는 교리교사 한 명이 달려옵니다. 자신이 저를 태우고 가겠다는 겁니다. “네가 나를 태우느니 내가 자전거에 적응하는 편이 낫겠다”라고 말을 하지만 굳이 태우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 친구 뒤에 타고 쉐벳 공소를 향해 떠납니다.

뒤에 탄 저는 지금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가고 있는데, 이 친구 얼굴 위로는 땀이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립니다. 혼자 가기도 힘든 길을 자기보다 더 무거운 저를 태우고 가니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달리는 이 길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길이 아닙니다. 열대기후 우기의 무섭게 내리는 비와 사륜구동 차량의 타이어가 하루 하루 파헤쳐 놓은 제대로 거친 진흙탕 길이랍니다.

쉐벳에 도착해 아강그리알로 무전 연락을 취합니다. 다행히 표 신부가 응답을 합니다.

표 신부는 제가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오토바이를 타고 피터 공(직원)과 함께 저를 찾아 나섰다가 중간에 존 마티앙 신부의 차를 만나 사제관으로 막 돌아왔다고 합니다. 서둘러 공구함과 비상식량을 준비해 오겠다는 말로 교신을 끝내고 표 신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한 시간쯤 지나 표 신부가 존 마티앙 신부의 차를 빌려 타고 쉐벳 공소로 들어옵니다. 시간은 6시가 넘었고, 동쪽 하늘에서는 심상치 않은 구름이 몰려옵니다. 바로 그 차를 타고 저희 차가 멈춰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날은 저물어갑니다.

차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업에 착수합니다. 문제가 생긴 곳의 부품을 하나씩 떼어냅니다. 예상했던 대로 문제는 베어링에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세 번이나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한 곳인데 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부품을 구하려면 내일 룸벡으로 나가야 합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직원 한 명을 차에 남겨놓고 철수하기로 합니다.

돌아오는 길, 해가 지면 이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낮에 다니던 길이 밤에는 달라 보입니다. 오로지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앞으로 나갑니다. 아강그리알까지 10km가 남은 지점에서 갑자기 차가 미끄러집니다. 아! 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바퀴가 진창에 빠져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차를 밀어봅니다. 앞에서 또 뒤에서. 신발과 옷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됩니다. 차에 실려 있던 철판을 이용해 겨우 차를 빼내고 30분을 더 달려 아강그리알에 도착합니다.

고된 하루였습니다. 차가 고장이 나고, 고장난 차를 고치기 위해 타고 나갔던 차는 돌아오는 길에 진창에 빠지고, 아강그리알에 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당분간 차를 고치는 일에 전력을 다 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리교사 워크숍 때문에 일 주일간 이곳에 머무시는 신부님께서 차를 가져오셨다는 겁니다. 신부님께는 죄송하지만 차 좀 빌려 써야 되겠습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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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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