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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0) 한만삼 신부님의 삭발

우기를 맞이하는 한만삼 신부의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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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웅~ 챠라라락~’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먼지와 나뭇잎이 쓸려옵니다. 동쪽 하늘에 두터운 구름들이 몰려오는 것이 비가 올 모양입니다. ‘이 얼마 만에 보는 비인가?’ 작년 우기가 끝난 이후로 거의 반년 만입니다.

예전에는 바람도 더운 바람만 불었는데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비가 옵니다. ‘쏴아아아~’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은 비를 좀 맞아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비가 너무 반갑습니다.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비가 자주 오게 됩니다. 좋은 점은 더운 날씨가 한풀 꺾인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앞으로 생길 웅덩이들 때문에 자동차가 시련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기도 많아지겠죠.

오늘은 한만삼 신부님의 삭발 사건을 전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 신부님이 삭발을 했습니다. 삭발한 뒤로는 얼굴을 쳐다보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깨도 넓고 팔뚝도 남들 종아리만큼 두꺼우신 분이 삭발을 하시니 꼭 ‘다른’ 일 하시는 분 같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쉐벳에서 일을 마치고 아강그리알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저녁식사 전에 씻으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한 신부님은 비가 올 것 같다며 한국에서 보내준 옷들을 보관하고 있는 컨테이너 쪽으로 가십니다. 그 컨테이너 천장에 녹이 슬어 구멍이 생겼는데, 비가 오면 빗물이 들어가 옷들을 적시고 옷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비가 오기 전에 그 구멍을 막아야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방에 들어가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표창연 신부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며 큰일 났다고 소리칩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표 신부는 얼굴과 눈썹에 붙은 무언가를 계속 떼어내고 있었고, 한 신부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한 신부님이 나타났는데,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컨테이너 천장의 구멍을 막기 위해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하나 들고 컨테이너로 올라가서는 비가 오기 전에 막아야 된다는 다급한 마음에 스프레이에 구멍을 내려다가 ‘펑’하고 터져서 한 신부님과 옆에 있던 표 신부가 우레탄폼을 뒤집어 쓴 것이었습니다. 우레탄폼은 본드와 같아서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데 그것이 머리에 잔뜩 붙어 결국 떼어내지 못하고 삭발을 하게 된 것이죠.

한 신부님의 불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얼굴에 붙은 것을 떼어내려고 세수를 하는데 옆에 있던 봉사자 분이 비누인 줄 알고 소독약을 신부님께 드리는 바람에 소독약으로 얼굴을 깨끗이 소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독약인 줄은 나중에 알았고, 당시 한 신부님은 ‘왜 비누에서 거품이 안 나지?’하며 여러 차례 소독약을 썼다고 합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강그리알에 이런 일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땅콩도 심고 수수도 심고 우기에만 할 수 있는 일, 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큰 사고 없이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를 보냅니다.


※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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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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