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중국 현대 박해기 - 강제 수용소의 선교사들] (1)

바티칸과 관계 끊은 중국교회/ 신부가 신자 조종한다며 체포·총살/ 강제 추방된 외국인 선교사만 5천여 명/ 사상노동개조수용소에 종교인 보내기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서양자 수녀
 

교회사, 특히 박해시대 역사 중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 교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중 중국 문화혁명 당시 중국교회가 받은 박해도 아직 교회사 연구에서 미뤄졌거나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던 부분 등으로 꼽힌다. 한국 교회사뿐 아니라 중국 교회사와 순교사에도 능통한 교회사학자 서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최근 공산당 치하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겪은 박해사에 관한 연구,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해 새로운 전례력을 시작하며 연재하는 기획 ‘중국 현대 박해기-강제 수용소의 선교사들’에서는 서양자 수녀가 공산당에 의해 추방당하거나 사상개조수용소에 갇혀 고초를 겪은 외국인 선교사들과 중국 신자들의 체험 등을 소개한다.



한국전쟁을 분수령으로 중국교회는 바티칸과의 관계를 끊었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은 신자들이 정부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신부가 교황청의 밀령을 받고 뒤에서 신자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알고, 신부를 체포해 총살하기도 했다. 신부들은 재판도 하지 않고 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국은 교황청과 단절을 하고 애국교회를 세우기 위해 교황청 공사와 외국인 선교사들을 전부 추방했다. 그중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해서는 고발대회를 한 다음 인민재판을 하고 추방했다. 고발대회에서 나온 내용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었다. 다만 민중의 뜻에 의해 추방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또한 고발대회를 통해 성당과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자선사업기관 등 교회 재산을 모두 몰수했다. 당시 중국에서 추방돼 홍콩으로 온 천주교 외국인 선교사는 5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국은 외국인 성직자들을 전부 체포하면 중국인 신부들이 쉽게 삼자운동에 참가할 것으로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구 소련에서는 1917년 10월 혁명이 성공한 후 종교인을 ‘반혁명분자’ 혹은 ‘외국 간첩’으로 몰아 감옥이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로 보낸 바 있다. 중국도 이 영향을 받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노동개조운동(思想勞動改造運動)을 전개했다. 이 사상노동개조수용소는 줄여서 ‘노개영’(勞改營)이라고도 불렸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 성직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해 애국회에 들어갈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거부하면 감옥에 투옥시켰다가 노개영으로 보냈다. 노개(勞改) 수인들은 대부분 동북쪽 기후가 한랭하여 개발하기 힘든 곳으로 보내졌다. 감옥에도 노개영에서처럼 공장을 만들어 그곳에서 심한 노동을 시켰다. 이러한 노개형(勞改刑)을 받은 사람은 약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창건될 당시 경제는 오랜 내전과 중·일 전쟁 등으로 그야말로 붕괴 상태였다. 노개영의 수인들이 국토 개발과 경제를 일으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노개영의 수인들은 영양이 부족한 소량의 음식을 먹고 하루 12시간 이상 노예노동을 했으며, 기계 없이 인해전술식으로 노동을 하다 죽어나갔다. 노개영에 전염병이 돌면 하루에 100여 명씩도 죽어나갔다. 그러다보니 노개영에선 자살사건과 심한 구타 등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노개형을 받은 성직자들은 형이 만기가 되어도 사상이 개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노개영으로 끌려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중국 측에 자국의 선교사 석방을 강력히 요구해 이들 국가 선교사들은 석방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측에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아 한국인 선교사제 세 분은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노개영을 거쳐간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한 탄압 가운데에서도 천주교 신부들의 모습은 남달랐다고 한다. 그들은 다른 수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보살펴주어 노개영 안에는 자연스럽게 무형의 당구(堂區)가 생겼다. 무형의 당구 사람들은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중국은 외국인 선교사 추방이나 노개영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외국인 선교사 추방이나 노개영에 관한 논문, 저서 등은 전무한 상태이다.

필자는 대만에서 단편적으로 나온 논문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고 공교보(公敎報) 기자들이 추방된 외국인 선교사들과 인터뷰한 기사와 노개영에서 오랫동안 노동을 하다가 석방된 사람이 대만으로 와서 수기를 쓴 기록을 참고해 이 글을 쓰게 됐다.


서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마르 12장 17절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