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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4위 열전]<5>이도기ㆍ방 프란치스코ㆍ박취득ㆍ정산필ㆍ배겸관

뼈가 부러져도 믿음은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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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하부내포성지 가운데 하나인 홍산 도앙골 교우촌에 기도의 집인 `우애의 집`이 세워져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축복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도앙골은 1850년에 최양업 신부가 첫 사목보고서를 썼던 유서깊은 하부 내포지역 교우촌이다. 사진제공=대전교구 홍보국

 1797년(정사년)에 또 박해가 일어났다. 오늘의 충남 서남부, `하부 내포`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천주교에 적대감을 갖고 있던 한용화(1732~1799)가 그해 음력 윤6월에 충청감사로 부임하면서 사사로이 박해를 벌였다. 그 피의 박해가
 1798년(무오년)과 1799년(기미년)까지 3년간 이어졌다. 이 박해로 100여 명의 교우들이 체포되거나 피를 흘렸다. `정사(丁巳) 박해`였다.
 
 하지만 이 박해로 순교행적과 기록이 남아 있는 순교자는 8명뿐이다. 이도기(바오로, 1743~1798)와 방 프란치스코(?~1799), 박취득(라우렌시오, ?~1799), 원시보(야고보, 1730~1799), 정산필(베드로, ?~1799), 배관겸(프란치스코, ?~1800), 인언민(마르티노, 1737~1800), 이보현(프란치스코, 1773~1800)이다. 이 가운데 원시보 순교자는 이미 기술했기에 이도기 등 5위를 이번에 소개하고, 해미 순교자 인언민과 이보현은 다음 호에 소개한다.
 이들 중 「정산일기(定山日記)」의 주인공 이도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충남 청양 태생인 그는 글을 알지 못하면서도 하느님의 사랑과 덕행 실천에 힘썼고, 신앙 때문에 위협을 받게 되자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데 애를 썼다. 정산관아에 끌려가서도 `무릎 밑 뼈가 드러나고 골수가 땅에 흘러내릴 때까지도` 배교를 거부하고 신앙을 증거했다.
 
 충청도 면천 출신으로 감사 비장(裨將)을 지낸 방 프란치스코는 교리 실천에 비상한 열심을 가졌던 인물로, 홍주(현 홍성)에서 체포돼 6개월간이나 고초를 겪고 사형선고를 받자 오히려 기쁨에 가득찬 얼굴로 천주와 성모께 감사를 드리고 나서 순교의 영예를 안았다.
 
 고향 홍주에서 천주교 신앙에 귀를 기울이다가 한양에서 지황(사바, 1767~1795)에게 교리를 배운 박취득의 순교행적 역시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 다블뤼 주교의 「조선 순교사 비망기」에 따르면, 해미를 거쳐 홍주에 끌려간 그는 두 달 동안 매를 1400대 넘게 맞았고 8일간 물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곤장은 100대, 태형은 50대로 제한했던 조선 형률을 벗어나는 고문이었다. 옷이 벗겨진 채로 진흙 구덩이에 갇혀 밤새 추위와 비바람에 떨며 고통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앙을 증거하고 새끼줄에 목이 졸려 순교했다.
 
 충청도 덕산 태생 양인 집안 출신인 정산필은 `내포 회장`으로 자신의 직분을 다했던 인물로 덕산 관아에 끌려가 문초와 형벌을 받았지만 용감하게 하느님의 가르침을 증언하고 순교했다. 충청도 당진 출신으로 청주병영에서 순교한 배관겸도 1791년 신해박해 때 굳게 신앙을 지키지 못하고 석방된 일을 통회하면서 열심히 하느님을 섬기고 면천 양제(현 충안 당진군 선성면 양유리)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루다가 체포돼 `온몸의 살이 헤어지고 팔다리가 부러져 뼈가 드러날 정도로` 형벌을 받고 순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순교행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영웅적 인내`라는 수식어로도 이들의 순교를 설명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또 천상 순교자들에게 이런 수식어가 영광이 될 리도 없다. 시복 결정 또한 마찬가지다. 124위의 시복 결정은 봉건시대를 `복음의 기쁨`의 증인으로 한 생애를 살다간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본받고 실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유혹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 이것이 오늘에 요구되는 순교 신심이 아닐까. 그러기에 이들의 순교행적은 `신앙의 참고서적(Subsidium Fidei)이 되기에 충분하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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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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