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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4위 열전]<7>최창현

“내가 총회장, 천주교의 우두머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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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성경인 「성경직해광익」은 1790년께 최창현(요한)에 의해 번역됐다. 이 책은 중국에서 들여온 「성경직해」와 「성경광익」을 합본해 재구성한 것으로, 복음서 완역이 아니지만 우리 민족이 한글로 최초로 옮긴 우리말 성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조선 왕조에서 왕비를 배출한 외척 가문은 많지 않다. 청주한씨와 파평윤씨, 문화유씨, 경주김씨, 안동김씨, 풍양조씨, 여흥민씨 등이 있을 뿐이다. 영조의 계비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정순왕후 김씨(1745~1805) 또한 외척 가문 가운데 하나인 경주김씨 출신으로, `노론` 계열이었다. 1800년 정조가 죽고 순조가 11세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정순왕후는 대비로서 수렴청정을 하면서 천주교 박해를 일으켜 노론 벽파를 대거 기용하고 남인과 소론 시파를 숙청한다. 사회적으로 천주교가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종교로 인식됐고, 천주교 평등사상이 양반 중심 신분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비쳐졌으며, `민란` 우려가 컸다는 점도 박해의 도화선이 됐다. 이 박해가 이른바 `신유박해`였다. 신유(1801)ㆍ기해(1839)ㆍ병오(1846)ㆍ병인(1866)으로 이어지는 조선조 4대 박해 가운데 첫 대규모 박해로 꼽히는 이 박해로 124위 가운데 53위(42.74)가 피를 흘렸다. 이들을 포함해 100여 명이 처형됐고, 400여 명이 유배됐다.
 
 이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이 이른바 `천주교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최창현(요한, 1759~1801)이었다. 한양의 역관 집안 출신으로 서울 입정동(현 을지로 3가)에서 살았던 그는 조선 교회의 설립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교회 설립 직후에 교리를 배워 입교한 최창현은 역관 출신답게 한문 서학서를 한글로 번역, 한문을 모르던 신자들에게 보급했으며, 늘 평온하고 조심스러우며 부지런했다. 그래서 교회 지도층은 그를 `총회장`에 추대하기에 이른다. 이에 그는 교우들이 교회 일을 도우면서 올바르게 교리를 실천하도록 가르쳤다. 그는 덕망도 뛰어난데다 교리 설명이 빼어나 교우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1791년 신해박해 이후 일부 교회 지도층 신자들은 교회를 멀리했으나 그만은 꿋꿋이 교회를 지켰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성직자 영입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이어 1794년 말 주문모 신부가 입국한 뒤에는 정식으로 `회장`에 임명돼 활동한다. 여성회장이던 강완숙(골룸바, 1761~1801)과 함께 그는 주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해 성사를 받는 한편 미사에 필요한 물품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또한 동료들과 함께 교리를 연구하거나 복음을 전하는 데도 노력했다.
 
 1801년 신유박해는 막 싹을 틔우던 조선 교회에 크나큰 시련을 안긴다. 최창현 회장은 박해가 일어난 직후 다른 교우의 집에 피신했다가 병 때문에 자신의 집에 돌아와 체포됐다. 처음에는 포도청으로 끌려갔으나 이미 천주교의 우두머리로 지목돼 있었기에 즉시 의금부(義禁府)로 끌려갔다. 왕명을 받들어 죄인을 추국(推鞫)하던 의금부는 형조, 한성부와 함께 삼법사(三法司) 중 하나였기에 고문이 혹독해 그는 일시 마음이 약해져 신앙을 증거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가혹한 형벌을 받으면서 용기가 되살아난 그는 이내 용감하게 신앙을 고백하고 자신이 `천주교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다음 동료들과 함께 그해 4월 8일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신앙 생활에도 세상적 삶을 끊어내는, 죽음을 각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최창현은 보여준다. 포도청에서의 심문 당시 한 순간 `나약함`을 보였지만, 의금부의 주청에 따라 열린 국청(鞫廳)에선 배교 의사를 철회하고 의연히 `순교의 칼을 받는` 모습이 그러하다. 순교를 앞두고서 그의 내면에 일어나는 갈등은 왜 순교 자체가 기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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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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