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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결정 <19>강경복·문영인·김연이·한신애

조선 여성 공동체 이끈 네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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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복 수산나


▲ 문영인 비비안나

▲ 김연이 율리아나

▲ 한신애 아가타 초상=주교회의 제공
 
「사학징의」(邪學懲義)를 보면, 신유박해(1801년) 당시 조선교회를 알 수 있다. 천주교 신자들 신문일지여서 당대 천주교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교회 전반의 상황, 교회 구성원, 전례 모습, 신자들의 입교 동기, 신앙생활상, 선교활동, 기도ㆍ신앙 고백ㆍ교리 이해, 유배, 순교 등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또한 무혼(無婚, 혼인을 하지 않음)이나 가칭과녀(假稱寡女, 처녀인데도 과부라고 칭함) 등 여성 신자들의 죄목을 보면 신앙적 가치관과 혼인관, 인생관이 상당 부분 드러나 있다. 또한 이 여성들은 일부일처제와 부부의 정절 의무, 축첩제도 금지 등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해 나갔고, 동정녀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신앙생활의 문을 열었다.

그 주역이 ‘조선의 첫 여성회장’ 강완숙(골룸바, 1761∼1801)이라면, 조연 역할을 한 여교우들도 있다. 1801년 7월 2일 서소문 밖 형장에서 강완숙과 함께 순교한 네 여인, 곧 강경복(수산나, 1762∼1801)과 문영인(비비안나, 1776∼1801), 김연이(율리아나, ?∼1801), 한신애(아가타, ?∼1801) 다.

이들 가운데 강경복과 문영인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궁녀 신분으로 순교자가 됐다. 궁녀 중에서도 상궁보다 한 단계 낮은 나인(內人)으로, 한양 전동, 지금의 수송동에 자리하고 있던 양제궁에 살았다. 정조의 이복동생 은언군 이인(1775∼1801)의 어머니 숙빈 임씨가 거처하던 양제궁은 이인의 장남 완풍군(훗날 상계군) 이담이 1786년 역적으로 몰려 죽고 이인이 강화도로 유배된 이후 역적의 궁, 곧 ‘폐궁(廢宮)’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양인 출신으로 1786년 궁녀가 된 강경복은 1798년 이인의 부인 송 마리아(?∼1801)에게 천주교 교리를 듣고 신앙을 받아들여 다른 궁녀들과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특히 송 마리아와 이담의 부인인 신 마리아(?∼1801) 고부, 강완숙 등과 함께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나 신앙집회에 참석하곤 했는데, 주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난 이후로는 더 열심히 신앙과 교리를 실천하며 살다가 신유박해 때 체포돼 순교했다.

1783년 7살 때 궁녀로 뽑혀 궁궐에서 성장한 문영인 역시 폐궁인 양제궁의 나인이었다. 폐궁에 드나들던 노파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강완숙의 집에서 세례를 받고 기도생활에 열심을 보였다. 특별히 ‘죄의 그림자’까지도 피해 살았기에 그의 열심에 대한 평판은 천주교 공동체 내에서 아주 자자했는데, 1801년에 체포돼 순교했다.

반면 양인 출신으로 한신애(아가타)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김연이는 ‘천주교의 매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교리를 전하는 데 열심을 보였던 인물이다. 특히 양제궁에 자주 드나들면서 왕족과 궁녀들을 주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시켰다. 1800년 12월 박해가 시작되자 김계완(시몬)과 황사영(알렉시오)을 숨겨줬다가 체포돼 포도청에서 형벌과 문초를 받고 참수됐다.

충청도 보령 출신 양반의 서녀로 태어난 한신애는 한양에 살던 조예산의 후처로 들어가 살다가 강완숙의 전교로 신앙을 받아들였다. 1800년 여름 주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김연이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에게 복음을 전했으며, 강완숙과 함께 여성공동체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그 또한 신유박해가 일어나면서 체포돼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시복을 앞둔 124위 가운데 여교우는 24위(19.35)다. 103위 성인 중 여교우 47위(45.63)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지만, 124위에 포함된 여성 신자들은 103위 성인들에 앞서 신앙의 불모지에 믿음의 씨앗을 뿌리고, 세상의 박해를 견뎠



가톨릭평화신문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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