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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28>이봉금·김진후

10대 초반 최연소 복녀와 칠순 훌쩍 넘긴 최고령 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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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 김진후 비오


▲ 복녀 이봉금 아나스타시아
 
103위 순교성인 중 최연소자는 유대철(베드로, 1826∼1839) 성인으로 14세에 순교했다. 최고령자는 유조이(체칠리아, 1761∼1839) 성녀로 79세에 순교했다.

124위 순교복자 가운데 최연소자는 김조이(아나스타시아, 1789∼1839) 복녀의 딸 이봉금(아나스타시아, ?∼1839)으로 순교 당시 12세를 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령자는 우리나라의 첫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1821∼46) 신부의 증조부인 김진후(비오, 1739∼1814) 복자로 76세를 일기로 옥사했다. 최연소, 최고령 순교자의 삶의 행적을 통해 순교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음 직하다.

우선 최연소 순교자인 이봉금 복녀의 출생 시기는 1827년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 정해박해로 피신생활을 하던 이성삼(바오로)ㆍ김조이의 딸로 태어난 그는 일찍부터 어머니에게서 훌륭한 신앙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다. 10세 무렵에 교리문답과 아침ㆍ저녁 기도를 배운 뒤 선교사를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된 그는 성체를 모시는 영광을 누린다. 그의 나이가 어렸지만, 그 신심에 감동한 선교사가 그가 성체를 모시는 것을 허락한 것.

이후 이봉금의 신심과 덕행은 나날이 커졌고, 그러던 중에 1839년에 기해박해가 일어난다. 광주에 유배돼 있던 홍재영(프로타시오, 1780∼1840)의 집으로 피신한 김조이 이봉금 두 모녀는 그곳에서 포졸들에게 체포돼 전주로 압송된다. 아버지 이성삼은 이들 모녀가 체포되기 이전에 선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이봉금은 “선교사가 간 곳을 대라”는 관장의 신문에 “나이가 어려 선교사의 일은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다. 이에 관장이 또다시 “천주를 배반하고 욕을 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하자 그는 “일곱 살이 되기 전에는 철이 없어 천주님을 제대로 공경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는 천주님을 섬겨 왔으니 천 번 죽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나이가 어려 형벌을 받지 않은 채 옥에 끌려간 그에게 어머니 김조이가 딸의 신심을 의심하는 체하며 “너는 틀림없이 배교할 것이다”고 말하자 이봉금은 “어떠한 시련에도 신앙의 가르침에 충실하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었다. 배교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그는 결국 옥중에서 어머니가 순교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해 12월 5일 옥중에서 교수형을 당한다. 제5대 조선대목구장 다블뤼 주교는 당시 그의 나이가 12세를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다블뤼 비망기」에서 전하고 있다.

반면 내포평야 한가운데에 자리한 면천 솔뫼(현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에서 태어난 김진후 복자가 처음 신앙을 접하게 된 것은 50세가 넘어서였다. 그의 집안에서 천주교 신앙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1759∼1801)에게서 교리를 배운 맏아들 ‘종현’으로, 그에게서 김대건 신부의 할아버지인 둘째 택현, 셋째 종한(안드레아) 등 자녀들이 교리를 배워 입교했다.

그러나 김진후는 천주교 교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감사 밑에서 작은 관직 하나를 얻게 되자 그는 자식들의 권유를 강하게 물리쳤다. 오히려 미신 행위와 풍수지리에 몰두했다. 은총의 길에는 마음을 닫고 오직 세상 영예만을 갈망했다. 그러다가 자식들의 개종 노력에 점차 예수 그리스도께 마음이 기울어진 그는 마침내 관직을 버리고 열심히 신자로서 본분을 지킨다.

1791년 신해박해 때 처음으로 체포돼 신앙을 고백했던 그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이후에도 네댓 차례나 체포됐다가 풀려나곤 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다시 체포돼 배교를 뜻하는 말을 하고 유배형을 받았지만 얼마 뒤 유배가 풀려났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1805년에 다시 체포돼 해미로 압송됐고, 10년에 가까운 옥중생활 끝에 1814년 12월 1일 옥중에서 숨을 거둔다. 향년 76세였다. 옥살이를 견디기 어려운 나이였다.

최연소, 최고령 순교자의 죽음은 순교의 은총이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2세 어린 나이에도, 76세 고령에도 기꺼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며 죽어간 용기는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용기일 터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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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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