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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30>현계흠

전교와 교리 교육 힘쓴 약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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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계흠 플로로 복자

조선교회가 ‘교회다운’ 틀을 갖춘 데는 주문모(야고보) 신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공동체를 이뤘기에 조선교회 신자들의 교리 지식은 ‘무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성직’ 제도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게다가 당시 조선 공동체는 전교 또한 가족 중심으로 이뤄져 보다 많은 이들을 입교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었다. 이에 주 신부는 ‘회장제’를 도입해 교회를 교회답게 조직화하고, ‘명도회’를 설립해 교리교육과 전교를 본격화했다.

당시 평신도 지도자였던 복자 현계흠(플로로, 1763∼1801)은 당시 명도회 하부조직이자 비밀집회소인 ‘6회’(六會)에 자신의 집을 제공하면서 명도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현계흠과 함께 활약했던 인물로는 손경윤(제르바시오)이나 김이우(바르나바), 정인혁(타대오) 등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비밀 신앙집회를 하면서 신입 교우들을 인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당시 6회는 홍문갑과 홍익만(안토니오), 황사영(알렉시오), 김여행, 현계흠, 그리고 현재 이름을 알 수 없는 신자 등 6명의 집을 썼으며, 회원들은 축일 때마다 6회에 모여 집회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명도회는 본래 중국 베이징에 있던 단체를 모방해 주 신부가 설립한 교리 연구 및 전교 단체였다. 최초의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를 집필한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이 초대 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1796년 5월에서 1798년 사이에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하부조직인 6회에서 현계흠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명도회가 회원들이 교리를 익힌 다음 이를 교인과 외교인들에게 가르치게 한 설립 취지에 미뤄볼 때 초기 교회 교리지식의 확산, 곧 교리 교육과 전교, 평신도 지도자 양성 등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조직, 운영된 명도회는 이후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어 큰 성과를 낸다. 「사학징의」에 나오는 신자 중 69가 이들 명도회원과 회장들에 의해 전교됐다고 한다. 이로써 1794년 말 주 신부 입국 당시 4000명에 불과했던 조선교회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1만 명의 교세를 자랑하게 된다.

물론 신유박해로 주 신부가 순교하면서 명도회 조직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박해 뒤에도 신자들에 의해 재건돼 조선교회의 발전에 꾸준히 이바지했다. 이같은 사실은 1827년 정해박해 때 순교한 명도회원 이경언(바오로)의 서한에 명도회와 회장제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당시까지 지속됐을 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

명도회의 주역 현계흠은 이제야 시복됐지만, 그의 아들과 딸은 이미 30년 전에 시성까지 이뤄졌다.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 현석문(가롤로)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현경련(베네딕타)이 그의 아들과 딸이다. 그는 원래는 많은 역관을 배출한 중인 집안 출신이었지만, 역관의 길을 걷지 않고 약포를 운영하며 살았다. 1797년 9월에는 자신의 동생이 사는 동래(현 부산)에 다니러 갔다가 때마침 동래에 나타난 영국 배를 보고 이 사실을 황사영에게 전했는데 이 내용이 백서에 기록되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고 순교하는 계기가 됐다.

신유박해가 일어나 교우들이 체포되자 그는 기회를 틈타 피신했다. 하지만 온 일가친척이 시달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1801년 4월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자수했다. 이후 그는 포도청에서 여러 차례 문초와 형벌을 받았지만, 아무도 밀고하지 않았으며, 교회에 해가 되는 일은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그해 10월 초까지 포도청에 갇혀있던 그는 황사영의 문초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되면서 의금부로 이송돼 국문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신앙을 지켰으며, 그해 12월 10일 한양 서소문 밖으로 끌려나가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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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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