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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31>이국승 바오로

체포 후 숱한 형벌에 배교하지만, 하느님 은총으로 주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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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 이국승.

‘충청도’라는 지명은 1356년 고려 공민왕 때 충주와 청주의 첫 글자를 따 명명하면서 비롯됐다.

한때 충주와 청주, 공주, 홍주(현 홍성) 등 4개 도시 지명을 따 충공도·청공도·청홍도·공청도·공홍도·충홍도·공충도 등으로 불렸지만, ‘충청도’라는 지명을 가장 많이 썼다.

충청도는 오늘날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로 갈리지만, 옛적엔 편의상 충청좌ㆍ우도로 나눠 관할했다. 한양에서 볼 때 금강을 기준으로 왼쪽인 충주와 청주가 충청좌도로, 이 지역에선 충주의 전교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이는 충주에서 뱃길로 한양 못 미쳐 양근 등 경기 인근에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신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충청도 음성 태생인 순교 복자 이국승(바오로, 1772∼1801)은 충주에서 살았기에 배를 타고 양근에 살던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을 찾아가 교리를 배우고 신앙의 본분을 지켜나간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자 스승은 그를 천주교에서 떼어놓으려 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지만 강한 믿음으로 활기 넘치는 신앙생활을 했다. 모두가 다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물론 시련이 없지 않았다. 1795년 을묘박해가 일어나면서 충주 포졸들에게 체포된 이국승은 형벌을 받던 중 신앙을 부인하고 석방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죄를 보속하고자 전심전력을 다했다. 부모가 혼인을 시키려 하자 가족 때문에 신앙의 본분을 다하지 못할까 우려해 그는 혼인을 거부하고 동정을 지키며 살았다. 부모의 재촉이 계속되자 이를 피하고자 한양으로 이주해 훈장으로 살면서 여러 사람에게 신앙을 전했다. 당시 그와 함께 교리를 익힌 신자들이 교회 지도층이던 최창현(요한)이나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이었다.

열정적인 성품과 선행을 향한 열의는 한양에서도 변함없었다. 전교하면서 열심히 교회 일을 돕던 그는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입국하자 성사를 받고 신앙에 더욱 열심을 보인다. 이로 인해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1801년 신유박해가 시작되자마자 수배됐고 곧바로 체포돼 포도청으로 압송되기에 이른다.

압송 도중에도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국승은 옥에 이르렀을 때 배교한 뒤 옥문을 나서는 황해도 출신 신자 고광성(세례명 미상)을 보고 신앙을 증거할 것을 권면, 그로 하여금 순교의 영관을 얻게끔 했다.

당시 그의 권유가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배교한 것은 제가 아니고 마귀가 저를 속여 저의 입을 빌려 말한 것입니다.”

고광성은 이 말에 힘입어 순교에 이르렀지만, 그의 시련은 이때가 시작이었다. 배교했다가 번복하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숱한 형벌과 문초를 받으면서도 결국 그는 하느님 은총으로 갖은 유혹을 이겨내고 신앙을 증거하며 사형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힘을 얻었다.

그의 최후진술은 「사학징의」 에 전해 온다.

“지난 10년 동안 천주교 신앙에 깊이 빠져 이미 고질병과 같습니다. 따라서 형벌을 받아 죽는다고 할지라도 신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일찍이 1795년 을묘년에 충주에서 체포됐을 때는 혹독한 형벌을 이기지 못해 ‘마음을 바꾸겠다’고 말하고 석방됐지만, 그것은 제 본마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는 1801년 7월 2일 사형을 언도받고 며칠 뒤 충청도 공주로 이송돼 순교한다. 그의 나이 30세였다. 순교 뒤 그의 조카들이 시신을 거둬 공주에 안장했다고 다블뤼 주교는 「조선 주요 순교자전」에서 전하고 있다. 원래 그의 고향이나 거주지는 충북 음성이나 충주였는데도 당시 충청도 감사가 있던 공주로 이송해 처형한 것은 그의 처형을 통해 충청도민들에게 천주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사형 직전 자신을 따라오던 구경꾼들을 향해 이국승이 남긴 유언은 신앙고백으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여러분은 저를 불쌍히 여기지만, 불쌍한 사람은 정작 여러분입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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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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