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복자 124위 열전] <34> 김광옥·김정득

친척 사이로 같은 옥에 갇혀, 본향에서 볼 것 기약하며 순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복자 김광옥


▲ 복자 김정득
 
순교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종종 지명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는 일이 생긴다. 예산 여사울과 대흥 고을이 그중 하나다. 18∼19세기 당시 예산 여사울은 해미영, 곧 호서좌영에, 대흥면은 홍주목(현 홍성군)에 각각 속했다. 그래서 124위 시복자료집에도 김광옥(안드레아, ?∼1801)과 김정득(베드로, ?∼1801)의 출신지는 예산 여사울과 홍주 대흥 고을로 표기돼 있다. 실제로도 대흥은 홍성군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은 두 곳 모두 예산군 관할이다.

복자 김광옥은 ‘내포 교회’의 요람이자 못자리인 여사울 출신이다.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지역 면장을 역임했던 그는 ‘내포 사도’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경우다. 자질은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사나운 성품이었기에 평소 그의 삶과 성격을 잘 알던 이웃들은 몹시 놀라워했다고 전한다. 입교 이후 그는 배운 바 교리를 열심히 실천하며 복음을 전했다. 날마다 교우들과 한자리에 모여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드렸고, 사순 시기엔 금식재를 지키고 극기를 실천했다. 이처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마침내 이전의 성품을 고치고 어린 양과 같이 됐다고 한다.

복자 김정득의 삶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흥 고을 출신으로, 친척 김광옥의 전교에 힘입어 그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서로 친교를 나누며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다는 기록이 시복자료집을 통해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1801년 신유박해가 시작되고, ‘사학일소(邪學一掃)’라는 명분을 내세워 조정에서 박해의 손길을 뻗어오자 두 사람은 교회 서적과 성물만 지닌 채 공주 무성산으로 숨어들었다. 고도 614m의 무성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공주시 사곡면과 정안면, 우성면에 걸쳐 있는 울창한 산악 지대로 피신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워낙 이 두 사람, 특히 김광옥의 명성은 인근에서 자자했기에 포졸들은 예상보다 쉽게 이들의 행적을 찾아냈고 붙잡아 갔다. 체포 직후 김광옥은 출신 지역인 예산으로, 김정득은 홍주로 각각 압송된다.

예산 현감은 면장 출신인 김광옥이 이송되자마자 천주교 서적을 내놓고 공범자를 대라며 심문을 거듭한다. 김광옥이 이를 거부해 가혹한 매질이 이어졌으나 그는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했다. 당시 그의 증언이 오늘에도 전해온다. “저는 저의 대군대부(大君大父)를 배반할 수 없습니다.”

홍주 관장도 김정득을 배교시키기 위해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가하도록 했지만, 그 또한 굴복하지 않았다.

이에 병마절도사를 겸하는 충청 감사의 명에 따라 김광옥과 김정득은 청주로 이송됐다. 이들이 갇혀 있던 곳은 충청 병사의 주재지였다고 기록돼 있어 충청 병영, 곧 현재의 청주 중앙공원 일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서로 신앙을 권면하면서 옥중 고통과 형벌, 심문을 견뎌냈다. 이에 충청 감사는 이들을 한양으로 보냈고, 두 사람은 그해 8월 21일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들의 사형선고 사실을 기록한 결안에는 “이들의 고향인 예산과 대흥으로 압송해 참수하라”는 명령이 덧붙여졌다. 예산까지 내려오는 동안 두 복자는 그간 형벌로 걸음을 뗄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느님이 주신 용기와 힘으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고향으로 향했다. 마침내 8월 24일 헤어질 시간이 되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마주 잡고 작별인사를 겸해 “내일 정오, 천상 본향에서 다시 만나자”고 기약했다.

김광옥은 8월 25일 들것에 실려 형장으로 가면서도 큰소리로 묵주기도를 했고 형장에 이르자 무릎을 꿇고 소리 내 기도한 다음 목침을 가져다 그 위에 자신의 머리를 뉘이고 칼날에 목숨을 바쳤다. 김정득 또한 대흥 감옥에 수감됐다가 이튿날인 8월 25일 대흥 읍내를 끌려가 참수를 당했다.

이들은 자신이 찾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확신, 그에 따른 기쁨으로 애덕 실천과 선교의 삶을 통해 신앙을 굳건히 증거하고 순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119장 43절
당신 법규에 희망을 두니 제 입에서 진리의 말씀을 결코 거두지 마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