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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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생기고 걱정도 잠시… 기쁘게 사랑하는 아버지로 성장했죠”

[성 요셉의 해, 우리 시대 요셉을 찾아서] (2)이재붕(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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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붕씨는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아내와 아이들 곁에서 하느님의 뜻을 겸손하게 실천하며 사는 아빠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이재붕씨의 가족 사진. 아버지 이재붕씨는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각자 주어진 은총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털어놨다

▲ 둘째 도현군에게 받은 감사 편지



“절대 좌절하지 않으며 언제나 신실하고, 침묵 속에 머물면서 불평하지 않으며, 신뢰의 구체적 몸짓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데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요셉의 해를 선포하면서 밝힌 성 요셉의 행복론이다. 성 요셉은 드러나진 않지만 매일 인내의 삶을 살며 하느님의 뜻을 겸손하게 실천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내의 남편이자, 세 자녀의 아버지인 이재붕(미카엘, 48, 청주교구 영동본당)씨를 만났다.



야반도주로 시작한 결혼생활


평소 결혼생활을 꿈꿔본 적 없던 이재붕씨는 사랑하는 여자와 야반도주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0년,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관면혼배를 올리고 인천에서 살림을 차렸다. 아내는 서울 신촌에 있는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했고, 이씨는 여의도의 한 방송사에서 무대 만드는 일을 했다. 둘은 모두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다.

“제가 자란 가정이 화목하지 않았기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아녜스를 처음 만났을 때,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깊이 공감해주는 모습에 평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 송은주(아녜스, 49)씨는 선천성 뇌병변 장애로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 이동하지 못한다. 이씨는 몸이 불편한 아내의 손발이 되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애 중에 이씨의 어머니는 송씨를 따로 불러 혼을 냈고, 아버지는 둘의 만남에 정색을 표했다. 부부는 인천에서 비디오 대여점에 이어 도서 대여점을 운영하며 살림을 꾸렸다.

야반도주를 감행할 정도로 사랑했지만,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현실이었다. 결혼하고 한두 해는 치열하게 싸웠다.

“말도 안 되는 작은 것들로 싸웠죠. 집안의 대소사도 아닌 소사보다도 작은 일로 다퉜습니다. 아녜스는 궁금하거나 화가 나면 대화로 풀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화가 나면 아예 입을 닫는 사람이라서….”

포콜라레 회원인 부부는 새가정모임을 통해 가정을 튼튼히 일궈갔다. 선배 부부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부부로서 일치하는 법도 훈련했다.

아내 송씨는 자신을 거부했던 시어머니에게 명절 때마다 안부 인사를 전했다. 남편 모르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 그리고 은총


이씨는 세 아이의 아빠다. 첫째 수현(이냐시오)군은 올해 고등학생이 되고, 둘째 도현(하비에르)군은 초등학교 6학년, 막내딸 다현(마들렌)양은 지난해 초등학생이 됐다. 세 자녀를 이렇게 키우기까지 눈물겨운 시간을 보냈다. 송씨의 친정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친정의 도움도 받기가 어려웠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아녜스가 혼자 육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니던 회사를 퇴직했어요. 같이 장애인 시설로 들어가 1년 동안 도움을 받았습니다.”

새벽잠을 반납하고,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시설에서 필요한 일도 해줬다. 4살 터울의 둘째가 태어났을 때에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은 받았지만 산후조리는 남편의 몫이었다. 한결같이 묵묵하고 성실하게 아내 곁을 지켰던 그에게 삶의 위기는 2013년에 찾아왔다. 아내의 셋째 임신 소식이었다.

“정말 무기력하고 기운이 빠지는 느낌으로 6개월을 지냈습니다. 아녜스와 이야기도 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게 살았죠. 하느님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고 했는데, 지치고 힘들었어요.”

아내는 남편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쁜 생각은 하지 말라”며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산부인과에 다녔다. 임신 7개월 차, 배 속 아기에게 유산기가 발견됐고 아내는 갑작스럽게 산부인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산부인과 중환자실 바로 앞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었고, 이씨는 병원을 오가며 갓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곤히 자는 신생아들을 봤다.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내가 이렇게 낙담만 하고 있을 게 아니구나 했죠. 그때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분들이 기도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걱정했던 병원비는 사회사업팀을 통해 전액 지원을 받았고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헤아리신다는 말씀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내가 여전히 하느님을 의심하며 살았구나 성찰했죠.”

셋째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산모도 건강했다. 부부는 함께 울었다.



아버지로서 기쁘게 사는 것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손에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가 들려 있었다. 그는 인터뷰 장소인 대전 성심당에 오면서 교황님 말씀을 묵상했다고 했다. 그는 성심당에서 재무관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육아휴직을 냈다. 세 아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고 온 이야기를 털어놨다.

“세 아이가 어찌나 다 다른지, 먹고 싶은 것도 다 달라서 메뉴를 정하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10박 11일 동안,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을 일일이 상의하고 정했어요. 둘째 아이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아이여서 여행 가는 것조차 많이 꺼렸습니다. 퇴근하면 현관문에서 소독액을 들고 체온 측정부터 하거든요.”

그는 아이들이 크면서 함께 성장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노심초사 아이를 돌보기에 바빴는데 둘째, 셋째가 자라는 걸 보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은총이 있음을 많이 느낍니다. 아빠인 나에게 주어진 은총을 포함해서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이들은 가족이 모두 주일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어느 날, 본당 신자가 다가와 물었다.

“제가 보기에는 엄청 부잣집도 아니신 거 같은데 가족들이 함께 늘 웃으면서 성당에 다니시는 게 너무 행복해 보이세요. 이유가 뭔지 너무 궁금해요.”

이씨는 “상대방 안에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감처럼 무겁게 느껴졌는데, 셋째를 출산하고 나서 기쁘게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기쁘게 살았더라면 지금 더 기쁘게 살았을 겁니다.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작은 한 가지라도 소중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어떤 일이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벽이 생기지 않는 친근한 개그맨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 송은주씨는 “늘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가정의 울타리를 잘 지켜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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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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