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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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 - 세상을 읽는 신학] (4) 신앙에 대한 신학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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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 언론을 통해 종교 단체와 관련된 코로나 확산 소식을 자주 접한다.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 대유행의 촉매제는 모두 그리스도교 이단 단체와 공격적인 선교 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어떤 사람들은 분석한다. 신천지 교회,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선교회, 아이엠(IM) 선교회. 잊을만하면 한 건씩 발생한다고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말한다.

종교집회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개신교 교회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신앙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도와 예배만이 신앙의 전부는 아니다. 신앙은 그 어떤 단 하나의 요소로 축소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앙은 신비이며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것이다.


■ 신앙은 총체적 신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즉 신앙과 관계된 사건들과 현상들과 사람들을 목격할 때마다 과연 사람들은 신앙을 무엇으로 여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세상 속의 숱한 신앙인들은 과연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면서 신앙하고 있을까? 모두가 다 저마다의 신앙을 주장하고 고백한다. 대부분 다 자기 신앙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자신의 신앙은 정통 신앙이고 교회의 신앙이라고 말이다.

신앙(faith)은 믿음(belief)과 구별된다. 신앙(信仰)은 믿음을 포함하며 넘어선다. 한자어 표현처럼 신앙은 믿고 받드는 일이다. 믿음은 어떤 확신, 신념, 신조와 관련된다. 문자적이고 맹목적인 확신, 종교적 윤리 규범에 대한 교조적 신념, 배타적 신념과 확신에 관한 우렁찬 고백, 개신교 일각에서 발견하는 신앙의 풍경이다. 한편으로 신앙은 받드는 일과 관련된다. 신앙은 하느님을 받들기 위해 제정된 제도와 관습과 전통을 수행하는 것이다. 제도와 전통에 대한 습관적이고 영혼 없는 따름,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예식에 참여하는 행위의 반복, 가톨릭 일각에서 발견하는 신앙의 풍경이다.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신앙(faith)은 신념(belief)과 행동(action)과 태도(attitude)와 소속되기(belonging)를 포함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교리적 신념을 갖는 것이며, 종교적 행위와 신앙 윤리적 행동을 하는 것이며, 올바른 신념을 추구하고 신앙적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어떤 태도와 덕(德)을 지니는 것이며,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사람들과 더불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신앙은 이 네 요소를 다 포함하며 그것들을 넘어서는 총체적인 신비다. 단순히 종교적 확신과 신념에 가득 차 있다고 해서 신앙이 깊은 것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기도와 예배 등 종교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해서 신앙이 충만한 것도 아니다.


■ 동사적으로 생각하는 신앙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사적으로 사유하기보다는 동사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더 좋다. 전통적으로 신학은 많은 것들을 개념적으로, 즉 명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지녔다. 신앙, 믿음, 구원, 부활 등의 추상명사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읽다 보면, 어지럽고 난해한 느낌을 받는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동사적으로, 또는 문장을 만들어서 파악하는 것이 더 좋다. ‘신앙’이라는 명사에 대한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신앙한다’(have faith in) 또는 ‘믿는다’(believe)라는 동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하면, 신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앙한다’는 동사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 동사의 목적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누가 신앙하는가? 동사는 주어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신앙하는 주체에 따라 신앙의 모습과 풍경이 달라진다. 나의 신앙, 너의 신앙, 우리의 신앙, 교회의 신앙. 신앙은 하나이지만 나의 신앙과 너의 신앙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실천하고 수행하고 있지만, 나의 신앙 고백과 실천이 너의 신앙 고백과 실천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 구체적 삶 안에서 신앙은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무엇을 신앙하는가? 동사는 목적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교리를 믿는다”라고 말할 때, ‘믿는다’는 ‘동의한다’ 또는 ‘확신한다’의 의미를 지닌다. “사람을 믿는다”라고 말할 때, ‘믿는다’는 ‘신뢰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느님을 믿는다”라고 말할 때, ‘믿는다’는 더 복잡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생각한다, 느낀다, 체험한다, 관계 맺는다, 닮는다, 재현한다 등의 의미를 다 포함한다. 하느님을 머리로, 마음으로, 몸으로, 삶으로 믿는가? 동사는 수식하는 부사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하느님을 신앙한다. 이 표현에는 숱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 깊은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문장으로 포획될 수 없다. 하느님에 관한 교리에 동의하는 것, 하느님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그분을 닮고 재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교리적 확신이 부족하고, 어떤 때는 하느님과의 관계와 체험이 흐릿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하느님을 닮기보다는 관습과 규범에 얽매이는 율법학자를 더 닮기도 한다. 이처럼, 신앙이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수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신앙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한 견해와 태도를 지니게 될 것이다.


■ 신앙은 삶, 희망, 사랑이다

신앙은 머리와 마음과 몸, 즉 온 삶으로 하는 것이다. 신앙은 이성과 감정과 의지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다. 신앙한다는 것은 주님을 생각하고 고백하는 것, 주님을 마음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것, 온몸과 모든 의지를 다 해 주님을 닮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신앙은 맹목적 확신이 아니다. 신앙은 종교적 형식과 예식의 기계적 반복이 아니다. 신앙에 대한 언어적이고 고백적인 정의는 하나로 표현될 수 있지만, 실제 삶 안에서 신앙인들이 신앙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우리는 언제나 누가 신앙하는지, 어떻게 신앙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즉, 누구의 신앙인지, 어떤 신앙인지 질문해야 한다.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신앙은 교조적 확신이라기보다는, 숱한 의심과 회의와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의지적으로 주님을 신뢰하고 희망하는 일이며 지금 여기서 주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정희완 신부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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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2-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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