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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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와 함께 20여 년… 자연 살리고 건강한 밥상 잇는 ‘생명 농업’

20년 넘게 우렁이 농법 고수원주 대안리공소 한종범·최춘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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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넘게 우렁이 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있는 한종범ㆍ최춘옥씨 부부.

▲ 풀을 좋아하는 대식가인 우렁이들은 논에서 벼가 자라는데 방해가 되는 잡초들을 먹어 치운다.




“얘야, 아무리 비싸도 채소는 유기농으로 먹어야 한다. 나중에 아파서 그 돈 다 병원에 갖다 준다고 생각해봐. 유기농으로 사 먹는 게 나중에 병원에 내는 돈보다 적은 거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서 20년 넘게 유기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있는 한종범(스테파노, 67,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장)ㆍ최춘옥(바르바라, 65)씨 부부는 서울에 사는 딸에게 늘 당부한다.

코로나19로 도농 간 교류를 위한 모든 행사는 멈췄다. 이들이 농사짓는 4500평의 논에서 풀을 좋아하는 대식가 우렁이들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우렁이들은 ‘자연산 제초제’다. 벼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잡초들을 우렁이들이 먹어 치워준다.

부부가 일구는 300평의 소박한 밭에는 고추와 오이, 호박, 가지들이 대롱대롱 걸렸다. 잎들 사이로 청개구리들이 뛰놀고, 잠자리들이 허공에서 원을 그리며 여유를 부린다. 손주 5명이 몰려오는 날이면 한씨 부부는 손이 바빠진다. 할아버지는 코로나로 수영장에 못 가는 아이들을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 실내 수영장을 만들어주고, 할머니는 밭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들로 반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를 모르고 자란 채소들이 손주들의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흐뭇하다.



20년 넘게 우렁이 농법

대안리에서 성장한 한씨는 국민학교에 다닐 때부터 어깨너머로 아버지에게 벼농사를 배웠다. 17살부터 본격적으로 모내기에 합류했다. 품앗이와 두레로 모내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벼농사를 했던 한씨는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가 창립된 1976년에 대안리공소 회장이었던 아버지(한대홍 비오)와 함께 농민회에 가입했다.

“틈만 나면 농촌에서 나가고 싶었죠. 농사지어서 벌어먹기 힘드니까. 울산에 있는 조선소로 갔습니다. 당시 다른 농가에서 일하면 하루 품삯이 3000원이었는데 조선소에 가니 5000원을 주더라고요. 얼마 안 가 7000원으로 올려주고요. 이러다 돈 벌겠다 싶었죠.”(웃음)

신협 운동을 하는 아버지가 힘들게 농사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1980년 결혼한 첫해에 그는 냉해 피해를 크게 입어 쌀 수확량이 확 줄었다. 당시 ‘노풍’이라는 다수확 볍씨가 나왔고, 정부는 식량 증산을 독려하며 강제적으로 노풍을 심게 했다. 그러나 피해를 본 농민은 속출했다.

“1700평에서 벼 8자루를 수확했는데 정미소에 가서 방아를 찧으니까 싸라기만 나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빚을 지기 시작해 20년은 고생했어요. 남의 쌀 빌려 먹고 갚아주고…. 쌀 15가마의 빚이 쌓였고, 결국에는 농지를 처분해서 빚을 갚았죠.”

한씨는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원들 중에서 가장 먼저 우렁이 농법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우렁이를 들여왔고, 2002년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90년대 말 청주 성미마을을 견학하고선 2000년부터 우렁이 농법을 시작했다.

“우렁이가 풀을 다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김을 맵니다. 유기농으로 하게 되면 아무래도 손이 더 가고 힘이 들지요. 직접 손으로 베야 하고.”

20년째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한씨는 “초창기에 마을 사람들은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유기농법을 시도한 게 아니라, 유기농으로 하면 생산품의 값을 더 쳐줘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고령화되다 보니 농민들이 몸이 힘들어 유기농을 못 하게 돼서 결국엔 친환경을 하는 농가가 확산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해야 합니다. 농사의 성패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거죠. 물론 인간의 노력도 20%는 필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말하는 기후변화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입니다. 작년에는 두 달 가까이 내린 비로 피해를 많이 봤어요. 인간이 화학물질,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쓰고 땅덩어리를 전부 다 콘크리트로 덮고 있잖아요. 50년도 안 가는 아파트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더 걱정이에요.”



친환경 농업으로 땅 물ㆍ흙을 살릴 수 있다면

원주시는 올해부터 매달 70만 원씩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농민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일에 전념해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야 자연의 순환 원리를 존중하는 생명 농업을 실천해 갈 수 있다.

한씨는 자식 농사를 위해 10년 동안 일용직을 겸해야 했다. 은퇴 후 넉넉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농사는 즐거운 취미였지만, 생업으로 매달리기에는 허덕였다. 쌀농사만으로는 부족해 콩도 심어 메주를 쑤어 팔고 있다.

“메주가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어떤 메주는 잘 뜨는가 하면, 어떤 메주는 속에 곰팡이가 피고. 메주를 잘 띄워도 장을 담그는 사람의 손끝마다, 항아리마다 맛이 다 달라요. 옛 항아리일수록 맛이 좋고요.”(최춘옥씨)

한씨 부부가 몸담은 대안리공소는 10년 넘게 서울 화곡본동본당과 도농 자매결연을 하여 해마다 공소 신자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올려보내고 있다. 그는 “해마다 농민 주일이 되면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활동가들을 비롯해 어린이들까지 다 내려와서 우렁이 넣기 행사도 하고, 벼 베기, 감자 심기 등 다양한 행사를 했는데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생태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는 농가가 늘어야 하고,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농업을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인류를 위한 건강한 밥상은 계속 차려져야 한다.

“우리 때만 해도 자식들 농사짓게 안 하려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죠. 그런데 이제 우리가 농사짓는 마지막 세대가 아닌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아요.”

한씨는 “화학비료와 석탄,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을 통해 땅, 물, 흙을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나 하나가 여럿이 모이면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생명공동체가 더 확산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희는 생산자들을 ‘뿌리님’, 소비자들을 ‘꽃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꽃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농민들이 과거에는 유기화학 비료도 많이 치며 농사를 졌지만 지금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도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생각을 먼저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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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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