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0) 신부님, 요즘 청소년들이 얼마나 바쁜지 아세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까진 열심히 성당에 다녔는데 첫째가 중학교에 올라가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더니 성당에 안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둘이 매주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둘째도 성당을 안 다니겠다고…. 결국 저희 부부는 둘만 주일을 지킨 지 오래입니다. 가끔은 이래도 될까 생각하다가도, 주말마다 있는 큰 아이 학원 특강 시간을 생각하면 졸업 때까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앙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고2가 사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대학교 가서 신앙생활 잘하는 청년들도 있잖아요? 신앙생활을 강요하는 것이 더 역효과 아닐까요?”


한 교사가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주먹보다 큰 돌을 항아리 속에 채워 넣었습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테이블 밑에서 자갈을 한 움큼 꺼내 항아리에 집어넣고 흔든 후 다시 항아리가 가득 찼는지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엔 “글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번엔 모래주머니를 꺼내 돌과 자갈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다시 항아리가 가득 찼는지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엔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 한 주전자를 항아리에 부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이 실험을 보여주었을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너무 할 게 많아도 노력하면, 새로운 일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교사는 손을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실험은 만약 큰 돌을 먼저 넣지 않는다면, 영원히 큰 돌을 넣지 못할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설계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와 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잠재력을 가진 우리의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자녀의 삶 안에 가장 먼저 넣어야 하는 큰 돌은 무엇일까요?

제가 30여 년간 만났던 수많은 청소년 중에는 수재인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두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높은 자아존중감(self-esteem)이고, 두 번째는 삶의 중심이 되는 가치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사회학자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주된 발달과업은 바로 자아정체감(ego-identity)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현실적 자아(actual self)와 이상적 자아(ideal self)를 일치시키며 자아개념을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고 일치할 때에는 스스로 목표한 것들을 잘 성취해 나갈 수 있지만, 부조화나 격차가 커지면 실망감, 우울, 불안, 두려움 등의 심리적인 부적응이 발생합니다. 특별히 이상이 높은 아이, 혹은 주변으로부터 받는 기대가 높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격차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긴장과 절망 등의 감정은 자아존중감을 흔들어 놓게 되어 올바른 자아정체감 형성을 방해합니다. 당연히 안정적으로 학습을 해나가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지요.

우리의 삶은 좋을 때가 있다면 힘들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사회의 냉엄한 경쟁 안에서 불안과 두려움, 초조함을 느낄 때도 있지요. 이런 순간을 맞이했을 때 자아존중감이 높고, 깊은 신앙을 가진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은 어려운 고비 앞에서 이상만큼 해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자아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중심에 있는 가치와 신앙을 꽉 붙들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 자신의 페이스를 다시 회복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청소년기에 신앙이 주는 선물은 많습니다. 좋은 친구와 우정어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 언제든지 환대받을 수 있는 공동체, 자신과 타인의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 그리고 훗날 빈 가슴을 채워줄 행복한 추억을 만들 기회도 있지요. 이러한 선물들은 특별히 청소년기의 혼란과 불안, 두려움 속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위기의 순간을 넘게 해줄 버팀목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선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경쟁이나 평가가 없는 제3의 공간(The 3rd place)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자녀가 신앙을 통해 무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을 받도록 돕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느님께서는 자녀들이 하느님의 건물이 될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지혜로운 건축가의 일을 맡겨주셨습니다. 인생에 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자녀라는 건물에 예수 그리스도를 기초로 놓아주십시오. “여러분은…하느님의 건물입니다…그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코린 3, 9-11)

조금만 더 당겨주면 자녀가 더 많은 학업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 부모의 마음에는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은 초조함이 되어 부모의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욕심이 자라나는 것을 감지했을 때는 바로 내가 아이에게 큰 돌을 넣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때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다른 기초가 놓인 후에 다시 예수 그리스도를 기초로 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돌들을 먼저 채운 후에는 큰 돌은 영원히 넣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코헬렛 3,1; 3)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7-27 등록

관련뉴스

말씀사탕2021. 9. 23

잠언 19장 11절
사람을 관대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식견이고 남의 허물을 너그럽게 보아주는 것은 그의 영광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인터넷 굿뉴스. [전화번호보기]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