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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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특집] 작은형제회 청원자들의 특별한 여름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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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되면 대학생들은 농활(농촌활동)과 여행 등을 떠나며 다양한 체험을 쌓는다. 그러한 체험들은 삶의 변곡점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수도자들도 여름방학이면 체험을 떠난다. 수도원을 벗어나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형제애를 다지는 시간이다. 이제 막 수도 생활을 시작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청원자들의 특별한 여름체험 안에서 프란치스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무전체험에서 만난 하느님

‘하루에 두 군데 이상 성지 들르기, 만 원 이상 가지고 있지 않기, 신분 밝히지 않기.’
9박10일간 단돈 100원도 가지지 않고 떠나는 무전체험 규칙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느님께 더 많이 의탁하기 위한 목적이다. 복음을 실천하기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버렸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다.

오인목(아우구스티노) 수사는 “믿음 안에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아침밥을 요청했을 때 식당 주인에게 소금까지 맞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아 시청 앞 벤치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도움을 청할 때 거절당하고 경멸하는 눈빛을 받을 때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며 “하지만 고마운 은인들도 많이 만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성경 속 예수님을 만나 행복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하느님의 계획과 이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한빈(폴리가르포) 수사는 열흘 내내 노숙을 했다. 터미널과 길가, 정자 등 누울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가리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외면할 줄만 알았는데, 위로를 건네고 수중의 돈도 선뜻 건네는 고마운 분들도 만났다”며 “힘들었지만 사람들의 따뜻함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임기태(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사도 터미널 안 공중 화장실 등에서 노숙을 했다. 그는 “출발할 때는 큰 걱정이 없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들을 마주했다”며 “그러면서도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리라는 믿음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연을 잘 믿지 않았는데, 이번 체험 중에 생각지 못한 우연한 상황들을 몇 번 경험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미카엘) 수사도 노숙을 했지만, 그나마 24시간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실내였다. 그는 “다행히 직원이 어머니뻘이라 아들같이 대해주며 폐기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계획했던 대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사람들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결국은 하느님 뜻에 모두 맡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청원장 양우석(마태오) 신부는 “한계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약함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알게 되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본다”며 “처음 떠날 때는 긴장하기도 하지만, 막상 열흘 정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양한 체험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끈끈히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공동체 안에서 자라나는 형제애

무전체험에서 돌아온 수사들은 수도회 내 공동체 곳곳을 순회한다. 요양시설과 한센인 마을, 가족 수도회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도 하고 밀린 작업도 도와준다.
전남 장성 프란치스꼬의 집에서 여름체험 중인 청원자들을 만났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요양시설과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통해 어르신들의 노후를 돕고,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노인복지시설이다. 청원자들은 시설 내 어르신들의 말동무도 해주고, 휠체어를 끌어주면서 산책도 하고, 식사 봉사도 했다.

오 수사는 “크게 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며 “이분들에게 어떤 걸 더 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원자들은 어르신들 봉사뿐 아니라 시설 내 조경 관리도 했다. 예초기와 낫을 들고 나무와 잔디를 가꾸는 작업이다. 한여름 땡볕에서의 작업이 힘들 법도 하지만 이들은 노동을 수도 생활의 한 부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김 수사는 “기도만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부딪혀 봐야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며 “노동은 몸은 힘들지만 영적으로 맑아지게 하고 기쁨을 준다”고 밝혔다.
임 수사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회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이 처음이라 다른 형제들에 비해 미숙하다”며 “하지만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형제들 덕분에 점점 적응하고 있고, 그런 모습 안에서 형제애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 수사 역시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보기는 처음이지만, 형제들과 함께하니 크게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노동을 하다 보면 이따금 갈등도 생기지만, 결국 함께 의지하고 형제애가 커지는 모습을 본다”며 “이렇게 형제들은 여름체험 안에서 프란치스칸으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고 밝혔다.


하느님 찾는 기쁜 여정

수도자로 첫발을 내딛은 청원자들. 이들은 여름체험 안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프란치스칸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김 수사는 “하느님이 어떻게 나에게 찾아오는지 무전체험과 공동체 체험, 노동 안에서 조금씩 발견해 나가고 있다”며 “어떤 큰 체험이 아니라 하루하루 소소한 만남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밝혔다. 임 수사도 “여러 체험들을 통해 하느님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며 “훗날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프란치스칸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 수사는 “프란치스칸의 정체성은 ‘작은형제’라고 생각한다”며 “소외받고 가난한 사람들 옆에서 평생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오 수사 역시 “그저 작고 평범한 수도자로 남고 싶다”며 “형제들을 통해서 하느님 사랑을 많이 체험했고, 작은형제로서 앞으로 이런 사랑과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어느 영성가든 평신도든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기쁨을 맛보는 게 신앙인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형제들도 여름체험 안에서 그 기쁨을 만끽했으리라 보고, 지도하는 위치에 있지만 형제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뜨거운 여름, 프란치스코를 따라 하느님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은 그렇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작은형제들이 되어 간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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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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