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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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상담사·작가 ‘그레이스 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람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32) 아나운서 최현정 아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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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에서 상담 봉사를 하는 최현정 아나운서는 글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에세이집 「유일한, 평범」을 내기도 했다.



최현정(아가시다) 아나운서는 MBC에 2006년에 입사해 퇴사 때까지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뉴스, 예능, 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녀에게는 ‘그레이스 최’라는 애칭이 있다. 그레이스(grace)는 ‘우아하고 고상함’이라는 뜻인데 영미권에서는 여성의 이름으로도 흔히 사용된다. 하느님의 은혜, 은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애칭은 신입 사원 때 국장이 “최 아나운서는 그레이스풀(graceful)한 콘셉트가 좋으니 그렇게 소개할게요”라고 하면서 시작되었다. 엉겁결에 만든 영어 이름 덕분에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가 그녀에게 생겼다. 실제로 그녀는 상대방에게 부담감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우아함과 겸손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방송에서 전혀 다른 끼(?)를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소탈하고 솔직한 성격이기도 하다. 최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좋은 인성을 지녔고, 마음은 여려도 내면의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여 많은 이에게 호감과 매력을 준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랜만에 방송에서 다시 뵈어서 좋아요.

2015년 MBC 퇴사 이후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동안 대학원에서 하고 싶었던 심리 상담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내 삶의 보석 같은 아이 둘을 낳았고(웃음) 벌써 6살이 되었어요. 육아는 몸과 정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 같아요. 모든 어머니가 정말 위대한 것 같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도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분들을 찾아뵐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6년 만의 복귀였는데 오랜만의 방송 활동으로 엄마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새삼 사회적 자아를 되찾는 기분을 느꼈어요.


▲ 최현정 아나운서




▶언제부터 성당에 나가셨는지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세례를 받았어요. 주일학교에서 기도문을 외우는데 사도신경이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생생해요. 어릴 때부터 신앙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고, 믿음이 인생 여정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 들수록 실감해요.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재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심리 상담을 공부하면서 경청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어요. 경청은 아나운서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잖아요.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잘 듣고, 좋은 질문하는 것을 뜻하니까요. 하느님이 특별히 저에게 경청의 재능보다 경청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주신 것 같아요. 경청이 갖는 힘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느끼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타인의 이야기에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 들으려 하는 마음가짐, 그것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언제나 감사해요.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조금 더 모험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 같아요,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놀고 싶다는 충동, 그 중간에서 작은 진폭으로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꿈은 여러 번 바뀌었어요. 제 첫 꿈은 작가였는데 글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는 의사를 꿈꾸기도 했어요.



▶어떤 계기로 아나운서가 되었나요?

중고생 때부터 막연히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국어 시간에 책 읽는 목소리를 선생님께 칭찬받았을 때부터였을 거예요. 그러나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건 감히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대학 4학년 때, 방송사 시험에선 학점이 전부가 아니라는 친구의 말에 갑자기 용기가 났어요. 그때 저의 학점이 엉망이었거든요.(웃음) 실제로는 학점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그것을 만회할 마음으로 정신을 차려서 토플, 필기시험 준비에 뒤늦게 전력을 다했던 기억이 나요.



▶최현정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도, 저의 아이들도, 세상에 이로운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지구를 더럽히고, 생명을 해치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살잖아요. 조금이라도 환경을 덜 파괴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순간도 생기고, 그런 순간들을 모으고 모으다 떠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최현정 아나운서가 2010년 아나운서 모임에서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아이들 출산 이후의 삶은 그전과 변화가 있었지요?

출산을 계기로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의 일상에서 어느 한 조각도 전과 같지 않아요. 하느님께서 두 생명을 선물로 주셨고 나는 잘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깊이 느껴요. 지금까지 가졌던 어떤 책임보다 막중하죠. 사회에서 아무리 거창한 것이어도 그만둘 수 있지만, 엄마라는 역할은 사표를 쓸 수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더 자꾸 하느님께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를 사람의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하느님께 묻고 지혜로운 답을 구하고 싶어요. 저의 삶은 나름의 확신과 자신을 갖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저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때가 많아요. 아이와의 모든 문제는 세상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자연스럽게 기도하게 돼요.



▶최근 가장 보람이 있었던 때는요?

제 첫 꿈은 작가였는데 다행히도 작년에 첫 에세이 「유일한, 평범」을 내는 기쁨을 누렸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도 글로 세상과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인생의 후배들에게 한 가지만 꼭 기억하라고 한다면?

돌이켜 보면 작은 일에 연연했던 순간들이 아쉬워요. 왜 작은 일에 매여 큰 감사를 잊고 지냈을까요? 큰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못 느끼고 작은 불행을 크게 여겼던 것 같아요, 남편이 저에게 지어준 별명이 ‘일희일비, 소탐대실’이거든요.(웃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몰두하기보다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와 여유, 건강에 대한 감사를 잊지는 않았으면 해요.



최현정 아나운서는 현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에서 상담 봉사를 하고 있다. 세상과 사람의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경청의 중요성도 깨달은 최 아나운서는 심리상담가로서는 최선의 조건을 지녔다. 그녀는 타인의 삶에 진정한 공감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녀와 상담하면 라포르(심리적인 신뢰감)가 쉽게 형성될 것 같은 것은 상담가로서 큰 장점이다. 상담가가 마음으로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자연스레 주는 것은 좋은 자질뿐 아니라 좋은 재능을 주님께서 주셨기 때문이다. 상담은 때로는 생명을 구하고 인생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큰 역할을 한다. 상담은 미래사목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녀는 상담 전후뿐 아니라 상담 중에도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기에, 상담가와 상담자 외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그녀의 꿈은 상담 봉사를 계속하는 것이다. 훌륭하고 멋진 최 아가시다 심리상담가의 활동이 기대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허영엽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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