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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2) 제주교구 김기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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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김기량길은 ‘산토 비아조’(Santo Viaggio, 거룩한 여행)라 이름 붙은 제주의 6개 순례길 중 하나로 2014년 6월 열렸다.
조천성당에서 출발해 조함(조천·함덕)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총 9.3㎞의 순례길에는 제주의 첫 신앙인이자 순교자인 복자 김기량(펠릭스 베드로)의 얼이 서려 있다.
김기량길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비석이 입구에 선 조천성당은 조천읍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성당 지붕 위 예수상과 마당의 성모상, 김기량 순교비가 나란히 자리한 성당의 고즈넉한 풍경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성당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바다와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현무암 돌무지 아래는 계절을 잊은 들꽃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1. 김기량은 제주 함덕 사람이다. 배를 타고 다니며 장사를 하던 그는 1857년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영국 배에 구조돼 홍콩 파리 외방 전교회 극동 대표부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그는 조선 신학생 이만돌(바울리노)을 만나 교리를 배우고 1857년 5월 루세이유 신부에게 세례를 받는다.

조천성당에서 출발한 순례길은 조천포구 앞 연북정(戀北亭)에 다다른다. 유배 온 사람들이 제주의 관문인 이곳에서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북에 있는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 해서 붙은 이름. 세례를 받은 후 조선 의주로 입국해 페롱 신부, 최양업 신부를 만났던 김기량도 이곳을 통해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2. 최양업 신부는 김기량의 성실함과 신앙 열정을 보고 그가 ‘제주도의 사도’가 될 것을 확신했다. ‘교우를 찾으려는 그의 열성을 보면 아직까지 복음의 씨가 떨어지지 않은 제주도에 천주교를 전파할 훌륭한 사도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최양업 신부가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1858년 10월 4일자 서한)

연북정을 지나 함덕 해변에 이르는 길을 걷다 보면 제주만의 풍경과 마주한다. 해남 땅끝마을과 가장 가까운 ‘관곶’과 ‘불턱’(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 해안을 따라 쌓은 환해장성, 오밀조밀한 해안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신흥포구를 지나면 멀리 서우봉과 그 아래 함덕 해변이 펼쳐져 있다. 김기량의 생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이다.

#3. 최양업 신부의 바람처럼 김기량은 고향 땅 제주에서 복음을 전하는데 힘썼다. 가족을 중심으로 20여 명을 입교시켰고, 사공들에게도 교리를 가르쳤다. 1866년 제주 신자는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제주의 사도가 매일 아침 바라봤을 해변에 발을 디딘다. 바다 아래 산호초가 만들어낸 총천연색 바닷물이 탄성을 자아낸다. 복자도 매일 아침 저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을 신앙의 길로 이끌어주신 창조주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바쳤을 것이다.

병인박해가 한창이던 1866년 김기량은 경남 통영에서 체포된다. 수차례 문초와 형벌에도 굴하지 않고 굳게 신앙을 지킨 김기량은 1867년 1월 교수형으로 순교한다. 당시 김기량의 나이 51세. 포졸들은 김기량이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 시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함덕 해변에서 내륙으로 1.3㎞ 들어가면 제주교구 김기량순교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김기량길의 끝이다. 복자가 지은 천주가사가 기념관 외부 회랑에 새겨져 있다. 푸른 하늘 지붕 삼아, 비취 빛 바다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하며 천주가사를 읽어 내려간다. 기도를 봉헌한다.

“어와 벗님들아 순교의 길로 나아가세 / 그러나 순교의 길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네 / 나의 평생 소원은 천주와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것이요 / 밤낮으로 바라는 것은 천당뿐이로다 / 펠릭스 베드로는 능히 주님 대전에 오르기를 바라옵나이다.”(복자 김기량의 천주가사)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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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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