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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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만남]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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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올해 개교 109년을 맞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웃종교와 사회에 열린 자세, 공동선을 위한 다각적인 관심과 실천을 통해 대중적 호감을 얻고 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1990년 원불교의 성직자인 교무로 출가했다. 원불교신문사 교무, 교정원 기획실장, 감찰원 사무처장, 원광대 대학교당 교감교무, 강남교당 교감교무를 거쳐 2021년 11월 교정원장에 임명됐다.

- 원불교에서 추구하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요?
▲ 나상호 교정원장(이하 나):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법당에 불상을 모시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방문객들에게, 밭일을 하고 돌아온 제자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우리 집 부처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우주 만물의 무한한 은혜를 입고 삽니다. 이 은혜를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사은(四恩)으로 밝힙니다.
법신불(法身佛)은 우주 만물로서 우리 앞에 나타나서 무한한 은혜를 주고, 일원상(一圓相)은 우주 만물 사은이 하나로 연결돼 나타난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는 진리인 ‘법신불 일원상’이 담긴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일원상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신앙이 소중하고, 모든 사람을 부처님 공경하듯 진실로 대하는 것이 참 신앙의 자세라고 가르칩니다.

- 올해 2024년은 원불교에서 중요한 해라고 들었습니다. 원불교의 미래를 열어갈 혁신 과제들을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 나: 2024년은 원기로 36년마다 새로 시작하는 제4대, 12년마다 돌아오는 제1회의 첫해입니다. 개교 109년이 되는 해이자 교단 제4대를 시작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난 2022년에 미래를 열 혁신 과제들을 논의하고 표어를 ‘회복과 전환,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로 정했습니다.
‘회복’은 교단과 사회의 성찰과 치유를 지향합니다. 창교의 근본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지요. ‘전환’은 물질문명의 변화 속도에 대응해 혁신과 전환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혜롭게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교단을 새롭게’는 탈종교적 사회 문화 속에서 새로운 종교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이롭게’는 원불교 구성원들만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우리의 신앙과 수행이 인류를 낙원으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원불교의 사회적 실천 중 생태환경 운동이 눈에 띕니다. 특히 원불교 RE100,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은 타 종교에 큰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 나: 원불교 신앙 자세의 최우선 가치는 ‘지은보은’(知恩報恩)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한없는 은혜를 주는 생태환경은 우리 모두의 공동자산입니다. 그것을 일러 천지은(天地恩)이라고 합니다. 원불교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을 비롯한 각종 생태와 환경 NGO를 통해 생태 교리에 대한 학습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성소인 교당의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종교계 최초로 설치해 현재 100곳이 넘는 교당과 기관에 설치, 운영 중입니다. 천지은은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한 원불교 천지보은 정신의 실현입니다.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원불교인들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입니다.

- 오늘날 종교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일까요?
▲ 나: 세상이 물욕으로 가득 차도 종교만큼은 청정 지역으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종교의 세가 커지다 보면 욕심이 생겨 세속화됩니다. 사회가 종교를 염려하는 처지가 됩니다. 종교 인구가 급감하는 현상은 세상이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종교가 이 사회에서 정작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렵고 힘들 때 희망이 되어주는 일을 해야겠지요. 종교인이든 아니든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정신적 쉼터가 되고,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이웃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 세상이 올바르게 가지 못할 때, 바른길로 가도록 촉구하고 인도하는 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나: 갈등이란 각자 본래 귀한 존재라는 것을 모르거나 우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운 관계임을 몰라서 생깁니다. 나와 내 진영만 옳고 너와 상대 진영은 틀렸다는 생각이 고착돼 있어서 그렇지요.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며 서로를 수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타종교’라는 용어 대신 ‘이웃종교’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역 단위에서 종교간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해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공동선 실행에 함께 협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필요에 따라 그 모임이 전국, 나아가 세계 단위로 확산되면 더 좋겠지요. 원불교는 아직 힘이 부족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국제연합(UN)과 같은 종교연합(UR, United Religion) 창설을 주창하면서 종교평화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나: 원불교에서는 우리 각자에게 본래 부처님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신자 분들도 자신 안에 하느님이 머물고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도 하느님이 있다고 믿어 서로 존중하고 공경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삶이 일상에서 늘 이어져 여러분과 가정, 또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항상 평화롭기를 기도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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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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