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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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여성자립시설 및 긴급쉼터 ‘샛별자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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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피해로 새겨진 아픔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약속하던 아기 아빠는 아기까지 버리고 도망쳤다.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 여성, ‘싱글맘’ 등 위기 여성들은 이 냉혹한 현실에 떠밀려 쉼터를 전전한다. 때가 되면 시설을 떠나 홀로서야 하지만 돌아갈 가정, 지지기반도 없기에 자립의 길은 더한층 가혹하다.

여성자립시설 및 긴급쉼터 샛별자리(시설장 최영란 프란치스카 수녀, 이하 샛별자리)는 그러한 위기 여성들이 머물 보금자리(생활시설)가 돼주고, 그들이 경제·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감싸는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아 살겠다”는 착한 목자 수녀회 수녀들의 돌봄 속, 위기 여성들은 마침내 과거의 상처에서 고개를 돌려 자립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한 인간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

서울 개봉동의 어느 골목. 빌라들이 숲을 이룬 곳임에도 전면으로 오후 햇살이 내리는 4층 건물에 샛별자리 식구들은 생활하고 있다. 심리치료를 비롯해 여러 활동이 마련되는 1층 프로그램실 옆 계단을 오르면 펼쳐지는 2층 서로 마주 보는 두 집이 식구들의 보금자리다. 가스레인지와 냉장고가 딸린 부엌, 텔레비전 앞에 소파가 놓인 거실은 여느 가정집과 차이가 없다. 개인 침실도 제공된다.

“한 인간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정신으로 2012년 개원한 샛별자리는 이처럼 위기 여성들에게 쾌적한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있다. 안정적 보금자리는 당장 자립할 길이 없는 그들이 독립 기반을 다질 터전과 같기 때문이다.

정신·심리적 아픔이 아물지 않은 폭력 피해 여성들은 상처가 치료돼야 비로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 이주 여성들의 경우 언어·문화 장벽을 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훈련이 더 필요하다. 보호기간 만료로 쉼터를 나와도 막상 거주지가 없는 위기 여성들에게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것은 그들이 치유, 적응, 교육 등 필수적 준비에 집중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한다.

“수녀님, 오늘은 닭볶음탕이 먹고 싶어요.” 퇴근한 식구 예은(21·가명)씨와 수녀들이 2층 부엌에 모여 닭볶음탕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김쌈 등 밑반찬도 어우러진 저녁상에는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 딸기, 한라봉 등 과일도 빠지지 않았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예은씨는 샛별자리에 들어온 후 식당에 아르바이트로 취직했다. 밝힐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예은씨는 모래판과 인형들을 동원한 심리치료, 개인 상담 등 수녀들의 도움으로 안정을 많이 되찾고 자립에 첫발을 내디뎠다.

줄곧 취직에 어려움을 겪던 예은씨는 “수녀님들의 환대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짊어진 아픔으로도 힘겨운데 여기저기서 거절당하며 위축됐던 저를 있는 그대로 품어준 수녀님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의 지원으로 바리스타 자격증도 딸 수 있었어요. 돈을 모아서 나중에는 카페 창업을 할 계획이에요. 수녀님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구체적인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장벽 없는 도움으로 절망 속에 희망을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등록단체인 샛별자리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여성들도 올 수 있도록 미인가시설로 운영 중이다. 장벽 없는 도움의 손길 덕에 죽음에 내몰린 여성들도 새 생명의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비자 문제는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제게 목숨이 달린 문제예요. 수녀님들이 도와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예은씨가 식사하는 부엌 너머, 거실 소파에서 네팔인 리나(31·가명)씨가 9개월 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며 말을 꺼냈다. 네팔에서 결혼 후 입국한 리나씨는 한국에서 임신을 하자 돌변한 남편 때문에 하루아침에 싱글맘이 됐다. 남편은 귀국과 함께 연락이 두절됐다. 리나씨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본국으로 추방되면 종교적 이유로 살해 위협에 노출된다.

리나씨의 경우는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 사례라 어느 시설에도 갈 수 없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에 가고 싶어도 피해 사례가 있어야 입소 가능하다. 미혼모 쉼터는 혼인 관계에 있는 여성은 대상자로 하지 않는다. 입소시킨다고 해도 시설이 어느 정도 자부담을 해야 한다. 미인가시설이라 정부 보조 없이 운영되는 샛별자리였기에 리나씨를 선뜻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출신 싱글맘 미나(29·가명)씨도 마찬가지 이유로 가족에게 배척받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한국 유학길이었다. 연고도 없고 말까지 서툰 외국…. 고립된 자신에게 다가와 준 한국인 아기 아빠에게 몸과 마음을 맡겼던 건 혼자라는 사무치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기 아빠는 임신과 함께 돌변했고 아기가 친자라는 것도 부인했다. 어쩔 수 없이 학업도 중단됐는데 범죄 연루 피해까지 입은 미나씨는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차라리 낙태를 결심했던 미나씨의 마음을 바꾼 건 미나씨를 받아준 수녀들이었다.

“아이는 근처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고 있어요. 수녀님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자립을 위해 일할 수 있어요.”

“적극적 도움으로 응원해 주는 수녀님들의 진심 덕분에 그래도 엄마로서 홀로 설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리나씨와 미나씨는 한목소리로 말한다. 최근 숙박업소 청소 일을 시작한 미나씨에게는 “아기가 성장할 때까지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자리 잡고 가족들과도 천천히 화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리나씨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수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법률적 도움이다. 리나씨는 “언젠가 아기와 함께 이 땅의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그날이 오리라는 믿음만큼은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샛별자리

샛별자리는 자립이 필요한 위기 여성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자신들이 지닌 역량을 발견해 지지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직업 훈련 지원 및 경제교육 제공 ▲동반 아동의 교육 기회 제공 ▲심리치료 및 의료 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펼치고 있다. 수녀회 법인에서 매년 1회 재정 감사를 받고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에도 보고하는 등 운영 투명성 및 책무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시설장 최영란 수녀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도움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 보조금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교회 구성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와 아기뿐 아니라, 심리적 문제로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폭력 피해 여성들이 회복돼 사회에 무사히 적응하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전했다.

※후원 국민 301201-04-435658 예금주 재단법인착한목자수녀회 샛별자리

※문의 010-9428-1632 샛별자리 시설장 최영란 수녀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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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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