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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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 서로 동반하여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성장의 여정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 2. 청년과 시노달리타스 / 정수빈 안나(부산교구 청년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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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청년연합회장 정수빈씨는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며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정수빈씨.


시노달리타스를 청년들도 해야 한다고?

‘시노달리타스? 공동합의성? 저 멀리 뉴스로만 보던 교황님께서 뭔가를 요청하셨다는데 그걸 모두가 해야 한다고?’

‘학문적으로 영성적으로 뛰어나신 분들이 고민하고 결론 내린 내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노달리타스라는 것을 모든 신자 안에서 시행하라고 하셨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이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교구별로 매년 발표하는 사목 지침조차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많은데, 뭔가 어마어마한 것을 해야 한다는 느낌에 감도 잡히지 않는 이 외국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모든 것이 생경했고, 교구 청년연합회 회장이던 저도 잘 이해하지 못한 시노달리타스를 교구 내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시행했고 자료를 취합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모든 청년이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제시한 방법에 따라 생각하고 나눔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은 알게 모르게 성령의 활동하심에 영감을 받고 그 바람에 마음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결과지에서는 ‘서로를 경청하고 마음을 알아가고 용기와 위로를 주고받음, 다름을 경험하고 인정함, 수용, 인내, 공감, 성찰, 이해, 기쁨’ 등 좋은 열매들이 개개인 마음속에서 드러났습니다.

청년들이 하느님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었고 젊은이의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성령의 바람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따라가고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시노달리타스를 통해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과 생각 속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을 함께 느끼는 체험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중했습니다. 이후 시노달리타스 나눔을 경험한 청년들과 청년회장단 연수를 진행하거나 다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아, 역시 엔딩은 시노달리타스네’, ‘청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각의 바탕이 시노달리타스였네’,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했어야 하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마음에 또 하나의 씨앗들이 심어졌음을 보았습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단어 안에 공동체, 경청, 동반, 소통, 성령, 식별, 사랑 등 많은 것이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시노달리타스를 알기 전에는 이런 요소들을 따로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면 각 개인과 공동체에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지 진단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준도 제시해 줍니다.



개인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시키는 시노달리타스

시노달리타스를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자극받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의 ‘나’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나’에게는 어떻게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직장·학교·가족 안에서 다양한 쓰라린 상황들과 어려움에 부딪히며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고민하며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세상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 시기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미사에 참여하고 기도와 묵상을 하면서 개인의 체험들이 생겨납니다. 이를 나누고 서로 동반하여 걸어가면서 하느님 방향으로 몸과 시선을 돌리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시노달리타스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마련해놓으신 뜻에 대해 느끼고, 내가 질 수 있을 만큼의 십자가를 주심을 믿고, 나에게 주어진 고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는 무엇인지, 나의 고유한 성격과 성향 등을 통해 해주시는 하느님 말씀을 알아갑니다. 하느님과 ‘나’의 연결고리가 점점 단단해지는 성장의 길로 걸어갈 수 있고, 서로가 모여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지상의 여정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중 봉헌된 미사에서 부산 대표로 정수빈씨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성숙한 청년 그리스도인으로 이끄는 시노달리타스

시노달리타스 과정을 경험하다 보면 ‘세상에 속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다양한 교회 구성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교회를 넘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가? 주변에 관심이 필요한 청년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체험을 줍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하신 말씀과 같이, 하느님 사랑을 넘치게 체험하고 자란 청년 그리스도인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일상생활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도 있고,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을 더 적극적으로 전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받은 은사는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성화와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하고, 예수님께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면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할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청년 그리스도인들도 많아지고 함께 걸어간다면 하늘나라와 가까워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지속적인 기도와 교육이 바탕 되는 시노달리타스

청년들이 시노달리타스를 더 깊게 받아들이고 느끼기 위해 기도와 교육 등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더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시노달리타스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상황 안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을 만나는 고유한 몫을 잘해 나가고 이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는 성령의 목소리를 식별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청년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동반해주시길 바라며 이들을 교회 안으로, 기도 속으로 초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시노달리타스를 더 진정으로 이해하고 삶 안에서 받아들이길 원하는 청년들을 위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전문적인 교육과 체험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청년인 저 개인에게 시노달리타스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생각해 보면, 작년 여름 리스본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가 생각납니다. 한국인들이 한 성당에 모여 진행한 교리교육 시간 중 성시간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청년들의 나눔을 들으며 그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을 다 같이 듣고 공감했으며, 함께 미사하고, 성가를 부르며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됨을 느꼈습니다.

대회 기간 리스본 도심을 누비고 다녔던 조원들과도 배려와 사랑을 주고 받았습니다. 국가도 언어도 다르지만, 그 공간에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을 향해 서로 동반하여 힘차게 걸어나감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또 저는 부산 대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제단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교황님과 손잡을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때의 느낌도 교황님·주교님들은 물론, 함께하는 모든 청년이 성령으로 서로 이어져 함께 걸어감을 느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교황님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산 청년들 모두와 함께 손잡는 순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느낀 점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서로 동반하는 그 자리에는 하느님께서도 분명 동반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7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까지 시노달리타스의 과정들이 잘 이어져 청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기쁜 삶을 맞이하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정수빈 안나
(부산교구 청년연합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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