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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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고인의 삶처럼 소박하게 본향으로 떠난 인자하신 목자

[박정일 주교 선종] 장례 미사 이모저모·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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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일 주교와 덕원신학교 동문인 윤공희 대주교가 영정 상본을 손에 쥐고 고인을 회고하고 있다.

윤공희 대주교 “그리웠고, 고마웠다”며 작별인사

제3대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의 장례 절차는 평소 검소한 고인의 삶처럼 소박하게 치러졌다. 여느 사제 장례 미사와 다름없이 고인의 관 위에 성경만 놓였다.

8월 28일 박정일 주교가 선종하자 마산교구 75개 성당에는 일제히 고인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빈소가 마련된 마산교구청 대회의실과 성당에는 수많은 신자가 찾아와 박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다.

주교단의 애도 행렬도 잇따랐다. 한국 교회 최고령 주교인 윤공희 대주교는 100세임에도 8월 30일 빈소를 방문하고 이튿날 장례 미사에도 참여했다. 박 주교와 덕원신학교 동문인 윤 대주교는 박 주교 영정 상본을 정성스레 품속에 넣으며 “그리웠고, 고마웠다”며 먹먹해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장례 미사에 앞서 고 박정일 주교에게 예를 표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큰 상복 주시리라 믿는다” 추모

염수정 추기경은 “박 주교님 부모님이 서울 금호동에 사실 때 저희 부모님과 가까이 지내셨다”면서 “열심하고 착한 목자로서 여러 교구의 책임을 맡고 봉사하신 것에 감사드리고, 갈라진 우리 민족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회고했다.

고별식을 주례한 강우일 주교는 “제2대 제주교구장이셔서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다”면서 “박 주교님은 모든 사람과 가깝게 지내시려고 노력하셨고 항상 기쁘게 사셨으며, 특히 이주민들·교민들·가난한 이들을 위해 애를 많이 쓰셨다”고 말했다.

진주 신안동성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왔다. 많은 신자가 성당 복도와 마당에서 조용히 장례 미사에 참여했다. 신자들은 하나같이 “돌아가신 후에야 고인의 진면목을 더욱 알게 됐다”며 “하느님께서 고인에게 큰 상복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추모했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인 해바라기쉼자리 박정연(엘리사벳) 원장은 “일주일 전에 병문안을 가서 기도하면서 ‘주교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 잊지 않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교님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고 귀엣말을 하니 큰기침으로 반겨주셨다”면서 “천국에서 늘 그리워하시던 고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마산교구 사제들이 장례 미사를 마친 후 박정일 주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항상 웃으며 반겨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

김형수(프란치스카) 마산교구 창원지구회장은 “쇠약하셨지만, 병실을 찾는 저희를 항상 웃으며 반겨주셨다”며 “그리울 때 떠올리면 제가 충전할 수 있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고 추모했다.

박 주교와 동명(同名)인 막내 여동생 박정일(베르나데트)씨는 “오빠를 천사라고 불렀다”면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라’는 당부가 마지막 말씀이셨다”고 말했다.

정오를 조금 넘겨 박 주교의 관이 성당에서 운구 차량으로 옮겨졌다. 차량은 사제단과 신자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성당을 벗어났다. 교구민들은 박 주교의 운구 차량에 손을 흔들면서 십자성호를 그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고별사 / 제4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앙인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고 죽으며 그분처럼 부활하도록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박정일 주교님의 선종을 통해서도 확인합니다.
고인은 자기 죽음을 통해 죽음은 한편으로는 상실이자 동시에 선물이라는 것을 저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고인은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죽음의 길을 앞장서 가시면서 언젠가 우리도 가야 할 길을 미리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고인께서 우리와 만났던 인연이 무엇이었던가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고, 고인께서 남기신 사랑과 헌신이 우리 교구에 어떤 의미였던가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 고별사 /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자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의 큰 어른으로서 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주교님께서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길 빕니다.

주교님께서는 교회는 늘 선교해야 하고 사회 속에 현존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가는 주님의 부르심을 마다치 않으셨던 주교님의 일생 여정을 들여다 보노라면 복음을 전하는 사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시고 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주교님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 고별사/ 마산교구 사제단 대표 최경식 신부 

주교님은 참으로 인자하신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늘 지니고 사신 분이셨습니다. 말씀도 늘 조곤조곤하게 하시고 사제단과 신자들 한 분 한 분 알뜰히 챙기신 인자하신 아버지셨습니다. 
이제는 저희를 위해 특히나 마지막 열정을 쏟으셨던 저희 마산교구를 위해 기도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젊은 새 교구장님을 애타게 바라는 저희 사제단의 마음을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고별사 / 마산교구 평협회장 이한규(안드레아)

마산교구가 설립돼 자리 잡아갈 즈음 주교님께서 부임해 교구 사무처를 신설하고 행정 체계에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은퇴 후 교우들과 성지 순례길에서 순교자 묘소 참배 중 한쪽 편에 살며시 엎드려 맨손으로 잡초를 뽑고 계셨습니다. 교우들은 이후 순교자 묘소를 참배할 때 주교님의 그 모습이 생각나 따라 하고 있습니다. 사제수품 성구 ‘나 주님의 자비를 영원토록 노래하리라’는 말씀대로 이제 주님 자비의 품으로 기쁘게 들어가시어 천상 영복을 누리소서.

 
▨ 유족 대표 / 신민재(수원교구 대학동본당 주임) 신부

주교님께서 지난해부터 고향 평안도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하느님 곁으로 가셨으니 고향도 보시고 하늘나라 고향으로도 편안히 가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주교님께서 항상 제게 “훌륭한 사제가 돼라”, “본당 신자들을 사랑하고 잘 아우를 수 있는 사제로 살아라”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사제로서 마지막까지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주교님께서 또 하늘에서 기도해주시고 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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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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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0장 14절
아침에 주님의 자애로 저희를 배불리소서. 저희의 모든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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