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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새들의 합창곡이 여는 새 날

최명순 수녀(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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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순 수녀



새벽이 되면 새들과 나는 경쟁을 한다. 누가 먼저 깨어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5시쯤 되면 온갖 새들의 합창곡이 서막을 연다. 나는 보통 5시 이전에 눈을 뜬다. 어떤 날은 간발의 차이로 새가 먼저 노래를 시작한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말한 것처럼 만약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우리가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세상은 종말을 향해 달음질할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새들의 아름다운 향연을 들으면서 우리의 후손들도 영원히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희망 사항은 새들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과 들의 꽃들의 이름이 궁금한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잘하면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너무 바빠서 그런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새뿐만 아니라 우리 닭들도 아침 일찍 잠에서 깨었노라고 목청을 드높인다. 문명 이기의 잡음은 거의 없이 자연의 조류와 동식물들의 움직임이 새 날이 왔음을 알린다. 이처럼 에덴동산처럼 아름다운 이곳에도 기상이변이나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이 다가온다. 제한 없이 날아오는 미세먼지나 매연, 황사 때문에 우리 눈앞의 바다도 어떤 날은 선명하게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낮 동안은 우리 실장님의 풀 깎는 기계 소리만 요란하다. 어쩌다 한두 대씩 들어오는 자동차가 있으면 우리는 누가 왔는지 궁금해서 밖을 본다. 우리 식당은 전망이 좋고 밖이 잘 보여 대개 누가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식사 준비를 하다가 짬이 나면 수녀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미얀마를 위해서 묵주기도를 한다. 일하면서 하는 묵주기도는 때때로 몇 번을 했는지 헷갈려서 여러 번 반복할 때도 많다. 성모님께서 ‘엄마, 엄마’ 매달리는 아기를 귀찮다고 뿌리치지는 않으실 것이다. 이렇게 소박한 나날들이 매일 지나간다.

전원생활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지만 실제 이런 곳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꿈과 이상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정한 꿈 실현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과 꿈을 조화로이 조절해가며 육신을 많이 움직이면 만족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명순 수녀 (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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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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