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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5주일 -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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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1976년 구소련에서 전차가 강물에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승객 92명 중 30명을 구한 사람은 근처에서 체력훈련 중이던 수영선수였습니다. 구조대원들은 가져온 산소통이 모두 비어있다는 이유로 물속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맨몸이었던 그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온몸이 유리에 찢기는 고통을 참아가며 혼자 승객들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패혈증을 앓았고 수영선수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주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가진 것을 ‘어느 정도’ 내어주는 것으로 자신이 ‘충분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손해를 입으면 내어주는 일을 멈춥니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참된 사랑으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내어줍니다. 그 수영선수가 그랬습니다. 촉망받는 메달리스트로서 자기 건강을 내어주면서까지 사람들을 구했음에도, 중간에 의자를 사람으로 오인해 끌고 나왔던 일을 떠올리며 그 실수로 한 사람을 더 구하지 못했음을 미안해했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려면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복음 선포를 위해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먹을 것도, 여행 물품을 챙긴 보따리도, 돈도, 여벌 옷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소유한 게 많으면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집니다. 정작 자신이 수행해야 할 사랑의 사명에 소홀하고, 내 물건들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하고, 내가 가진 물건들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주님으로 섬기지 못하고 재물들을 섬기는 삶입니다. 재물이 주는 만족감과 거짓 행복은 잠시뿐, 우리는 더 심한 배고픔과 갈증으로 괴로워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풍성한 은총과 사랑을 베풀어주십니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것도 좋지만, 하느님 안에서 완전하고 확실하며 또 영원한 행복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롭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다른 것들은 다 두고 가라고 하시면서도 ‘지팡이’만큼은 챙겨가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지팡이는 ‘모세의 지팡이’를 상징합니다. 그것은 양치기라면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이었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그것으로 바다를 내려치면 물결이 갈라지고, 바위를 두드리면 생수가 솟아나며, 병든 이들이 그것을 쳐다보면 살아났습니다. 하느님의 권능이 그 지팡이를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모세는 어느 순간 ‘주’와 ‘객’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는 지팡이를 집어들고 ‘바위더러 물을 내라고 명령하라’고 말씀하셨음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대신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두드린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은 약속에 충실하신 분이기에 예고하신 대로 물이 흘러나왔지만, 모세는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야 할 지팡이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자기도 모르게 지팡이라는 물질에 의존하는 마음이 생겨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약해졌던 것입니다. 그 대가로 약속된 땅을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불행한 신세가 되고 맙니다.

예수님은 ‘지팡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이 일화를 상기시키십니다. ‘모세의 지팡이’는 재물로 남을 수도,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물에 의존하는 마음은 우리를 하느님과 그분의 뜻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그런 상태에서는 하느님 나라가, 참된 행복이 가까이 있어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재물을 삶의 중심에 두는 과오를 범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 한 분만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구원받는 유일한 길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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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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