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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과 영적 쇄신

[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38·끝) 시노드 정신 살아가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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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을 방문한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은 전주 치명자산 성지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몬시뇰은 우리가 많은 변화와 위기로 둘러싸인 도전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가 자기중심적으로 자기만 돌보는 것은 살아계신 그리스도께 향하는 문을 닫는 것이라고 경고한 몬시뇰은 모든 위기는 가능성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몬시뇰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신앙 성숙은 위기를 통해 가능하며, 성숙한 신앙만이 이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신앙의 성숙과 관련해 몬시뇰은 세상의 사건에 대한 관상적 접근을 배워야 한다며 영적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시대의 징표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에 관해 언급한 몬시뇰은 소셜미디어·신문·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세상의 이미지는 피상적이며, 때로는 이념적이고 상업적인 이익으로 채색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세상의 이미지가 만드는 시대정신·가짜 뉴스·편견 등과 하느님의 언어인 ‘시대의 징표’를 구별하는 데 필요한 묵상과 관상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우리는 묵상과 관상의 실천을 통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식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성숙과 묵상 및 관상을 통한 식별은 영적 쇄신 차원에서 시노드 여정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몬시뇰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시노드 여정에는 신앙생활의 쇄신, 특히 그 깊은 차원인 영성을 심화시키는 일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합니다. 시노드 여정은 영적인 차원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쇄신하는 기회로써 겸손한 상호 경청과 존중의 정신을 통해 교회를 치유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몬시뇰은 시노드 여정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죄를 깨닫고 인정하는 교회가 세상의 상처와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는 시기마다 역동적인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함께 걷는 길(syn-hodos)”, 즉 시노드 형태의 교회로 쇄신할 필요성을 선언하였습니다. 지금 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여정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필자의 삶을 돌아보고 시노드 여정에 참여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솔직히 시노드 여정을 통한 쇄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에 비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신앙생활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노드 모임을 통해 상호 경청하는 체험을 했을지라도, 시노드를 통한 교회 쇄신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본래 시노드는 예수님 제자들의 모임에 함께 부름 받았음을 나타내며, 어떤 경우에는 교회 공동체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상기해 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노드가 함께 걷는 정신을 특별히 강조하였지만, 본래 시노드는 교회가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였습니다. 그렇다면 시노드 여정은 교회 구성원들이 하느님 안에서 영적으로 깨어있는 일련의 과정,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시노드를 통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교회의 변화를 기대하고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는 시노드를 통해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걷는 교회의 여정 안에서 영적으로 쇄신할 수 있도록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



※지난해부터 8개월간 ‘모두의 시노드’를 연재해주신 한창현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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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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