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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구경할 수 있지만 적극 참여해선 안돼

한국 천주교회와 이웃 종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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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도당굿은 400여 년 동안 주민의 안녕과 결속을 위하고 대동의식을 고취시켜 온 서울특별시의 마을굿으로, 시 무형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이웃집이나 마을에서 열리는 굿에 참석해도 됩니까?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종교 전통의 추종자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면서도, 평화로운 정신으로 그들에게 그들 신앙의 내용에 대하여 도전을 제기해야 한다.”(「대화와 선포」 32항)

굿은 무속의 제례 행위입니다. 무당은 굿판을 통하여 신령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신령과 인간 사이의 화해는 물론 사람들 사이에 맺힌 한(恨)을 풀어 줌으로써 굿판에 함께한 사람들 사이의 흐트러진 관계를 회복시키며, 공동체가 함께 복을 나누도록 인도한다고 합니다.

고조선과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사와 관련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가무를 즐겼는데, 이러한 제천 의식은 국가 차원의 굿이었습니다. 재앙과 액운으로부터 마을 공동체를 지켜 주고 풍농과 풍어를 비는 마을굿, 집안의 안녕과 길복을 기원하는 재수굿, 죽은 넋을 위로하는 사령(死靈)굿 등 굿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삶의 맥락 안에서 사회와 함께하였습니다.

굿은 민속 문화와 이웃 종교의 의식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는 민속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또 이웃과 마을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굿판을 참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톨릭 신자가 무속 의식을 믿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며,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직접 굿당을 찾아가 굿을 주문하거나 점을 치는 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섬기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부적을 몸에 지니거나 집이나 사무실에 붙여 놓아도 됩니까?

“필요할 때에는, 그리스도교의 어떤 근본 요소들과 다른 종교의 전통의 어떤 측면들이 병립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대화와 선포」 31항)

종이에 글씨·그림·기호 등을 그린 부적(符籍)은 악귀를 쫓거나 복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지는 주술 도구입니다. 일반적으로 부적은 광명을 상징하고 악귀들이 싫어한다는 황색 종이에 생명과 정화의 힘을 상징하고 악귀를 내쫓는 붉은색 글씨로 만들어집니다. 수명의 연장, 부의 성취, 자손의 번성, 출세, 가족의 안녕, 액운의 제어, 악귀의 퇴치 등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의 부적이 있습니다.

무속에서는 부적이 현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활동은 인간이 만든 주술적 도구에 종속될 수 없으며,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사람에게 원하시는 때에 자유로이 은총을 베푸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부적을 만들어 이를 몸에 지니거나 집이나 사무실에 붙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무속을 따르는 이들에게 부적은 종교적 상징입니다. 부적을 미신 행위로 여겨 가족의 일원이나 동료가 집이나 사무실 벽에 붙여 놓은 부적을 떼어 버리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에 어긋나는 행위이므로 삼가야 합니다.

또한 가톨릭 신자들도 묵주나 십자가, 상본과 기적의 패 등을 액운을 막아 주는 부적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기도의 도구이지, 그 자체로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민간 신앙에서 금기로 여기는 것을 신자들도 조심해야 합니까?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사도 10,15)

금기는 민간 신앙에서 특정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며, ‘터부’(taboo)는 위험한 것을 금지하는 강하고 확실한 표시를 뜻하는 폴리네시아어입니다.

무속의 전통은 깨끗함과 더러움이라는 이원론의 시각에서 더러움, 곧 ‘부정’(不淨)을 타지 않는 것이 제의의 성공과 결부된다고 여겼습니다. 출산하는 여성, 사람의 죽음, 낯선 사람 등은 부정한 것으로 여겨 집단적 제의에서 배제하였습니다. ‘기중’(忌中)이라는 표시를 초상집 앞에 써 붙이는 것이나, 죽은 사람의 물건을 태우는 것이나, 초상집에 다녀온 사람이 집안에 들어오기 전 그에게 소금을 뿌리는 행위 등은 이러한 금기와 관련된 풍속입니다.

낯설거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동물을 보면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나 ‘오늘은 며칠이니 어느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생각과 같이 때와 방위를 가리는 금기는 일상생활에 확산됐습니다. 한 사람의 부정이 마을굿을 송두리째 못 쓰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탈이 났다’고 하거나 ‘빌미’라고 일컬었습니다. 이와 같이 금기는 공동체 전체에 신중한 몸가짐을 요구하고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민간 신앙의 금기나 터부에 괘념하지 않습니다. 구약성경은 금기시되는 음식 규정과 제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였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 한 번의 예물로 사람들을 영구히 완전하게 살게 해주신(히브 10,14 참조) 뒤로 그러한 규정은 효력을 잃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금기나 터부에 마음을 쓰기보다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계명에 따른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더 중요시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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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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