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경 속 상징] 37. 죽음 : 믿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문턱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우리 가톨릭 교회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께서 2월 16일 지상에서 삶을 마치시고 하느님 품에 드셨다. 추기경님 선종에 모든 매스컴은 `큰 별이 떨어졌다`며 위대한 종교지도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기사를 실었다.
 추기경님 선종은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특히 인간의 죽음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혈혈단신 유리관 속에 편안하게 누워계신 김 추기경님 모습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준다. 사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고인양 `웰빙`만을 쫓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김 추기경님은 몸소 답 하셨다. 그분은 가진 것을 남김없이 베풀겠다며 일찌감치 장기기증을 서약했고, 마지막까지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당부하셨다.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미리 죽음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추기경님의 아름다운 죽음은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묻고 있다.
 죽음은 부나 권력, 나이에 아무런 상관이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최고의 고통이며 공포이다. 죽음은 냉혹하고 현실적이다. 죽음은 인간 삶의 가장 큰 적이며 모든 삶을 무력화시켜버린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는 죽음은 돌아올 수 없는 땅이나 도망칠 수 없는 지하 세계의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가나안 신화에서는 죽음을 인간 육신을 끊임없이 탐욕하는 신으로 의인화했다.
 구약성경은 죽음의 영역이 지하 세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출입문을 깊은 구덩이로 묘사한다(시편 88,4-6). 하느님께서는 그의 계시된 명령에 불순종하는 자들을 위한 궁극적 징벌로서 죽음을 선포하셨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7).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반역하였을 때 죄와 죽음이 이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그 이래로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로마 5,12-21).
 성경에서 죽음은 모든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무섭고 잔인한 원수로 묘사한다. "누가 영원히 살아 죽음을 아니 보겠습니까? 누가 저승의 손에서 자기 영혼을 빼내겠습니까?"(시편 89,49)
 죽음에 대한 가장 충격적 이미지는 코헬렛에서 극치를 이룬다. 늙음과 죽음은 인간 삶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코헬 12,1). 그러나 죽음의 엄청난 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엔 하느님이 죽음을 이길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죄인을 위한 희생적 죽음을 맞으셨을 때, 그분은 죄를 정복하셨다(로마 5,12-21). 그래서 예수님 부활은 미래에 있을 그의 백성의 부활을 보증하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과연 그 큰 죽음의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 주셨고 앞으로도 구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께서 또다시 구해 주시리라고 희망합니다"(2코린 1,1).
 예수 그리스도 안에 구원하는 믿음을 통해 부활을 믿는 신앙인들은 이미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의 나라로 건너간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요한 5,24). 그래서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이 믿음이 바로 우리의 부활 신앙이다. 그래서 믿는 이에게 죽음이란 희망의 문턱이요 시작이 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2-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0

신명 10장 18절
그분은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되찾아 주시고, 이방인을 사랑하시어 그에게 음식과 옷을 주시는 분이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