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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6) 기도의 힘

‘기도지향’보다 하느님 안에서 변화된 삶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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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분원에서 생활할 때입니다. 수도원에 평일미사를 오시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미사 전에 늘 묵주기도를 바치시고, 미사 후에도 묵주기도를 바치셨습니다.

하루는 그 기도하시는 할머니 곁으로 일 하는 척 하면서 다가가,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할머니에게, “할머니, 또 묵주기도 하시네요”. 할머니는 이 세상에 묵주기도 안 바치는 신자가 있냐는 듯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할머니, 무슨 지향을 가지고 기도를 바치시는 거예요?”

할머니는 웃으시기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애교 띤 목소리로, “할머니,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가끔 기도해 주세용”.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도 지향이야 따로 있나요. 성모님께서 다 알아서 해 주실 것인데! 성모님 귀찮게 안 해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살면서 주변에 성직자, 수도자를 만나거나 혹은 신심이 두터운 분을 만나면 ‘기도 좀 해 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인간은 정말 기도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기도 해 주겠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사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는 말을 들어서 안 좋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만큼 기도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도는 ‘지향의 내용’보다 어쩌면 지향자의 신앙적 변화가 우선적이라 생각합니다. 간절하고 애절한 바람이 있으니 그 기도를 들어 달라 하면서 ‘예물’까지 첨부된 기도 청탁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기도를 해 주는 사람이나 기도를 부탁하는 사람이나 과연, 기도를 통해 얼마나 하느님 안에서 변화의 삶을 살고자 하는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기도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나 기도를 부탁하는 사람이나 서로 함께 기도 안에서 성장하고, 기도 안에서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나를 희생할 각오를 하는 것, 기도는 지금 당장 어떤 결과를 확인하기보다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역사하심에 온전히 의탁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기도는 성모님의 치마폭에 안겨서 자신의 기도만큼이나 자신의 삶이 우선 변화될 수 있도록 의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도란, 내가 원하는 지향만큼이나 지금 내 자신의 삶 자체가 변화되기를 결심하는 순간인 셈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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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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