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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46)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1)

6세때 신비체험 후 일생을 주님께 봉헌, 18세에 성 도미니코 제3회 입회 병자들 돌봐, 간호사들의 수호성인 … 1970년‘교회학자’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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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힘은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1코린 1,25)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Sta. Catharina Sinenisis, 축일 4.29)처럼 이 말씀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분도 드물다. 카타리나 성녀는 공부를 많이 한 분이 아니다. 글조차 읽고 쓸 줄 몰랐다. 글을 배운 것은 선종 3년 전이다. 그래서 그의 저작들은 대부분 강론 등 구술한 것을 다른 사람이 옮겨 쓴 것이다.

그런데도 교황 바오로 6세는 1970년 카타리나를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와 함께 교회 학자로 세웠다. 카타리나는 또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당시 혼란스럽던 교회를 바로잡는데 누구보다도 큰 영향을 주었다. 먼저 그의 일생부터 알아보자.

카타리나는 흑사병이 이제 막 유럽에 번지기 시작하던 1347년 주님 탄생예고축일에, 염색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베닌카사 가문의 자녀로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태어났다. 카타리나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6세 때는 성인들에게 둘러싸여 옥좌(玉座)에 앉아 있는 예수님으로부터 축성을 받는 신비 체험을 했다. 이때 꼬마 카타리나는 동정의 서원을 하고, 평생 주님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중에 카타리나가 성장하자 부모는 결혼을 시키려 했지만, 카타리나는 어린 시절 하느님과의 약속을 이야기 하며 결혼을 하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러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여성적 매력을 숨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카타리나는 수많은 영적 유혹을 당하게 된다. 영적 성장을 위해선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녀 마음에 끊임없이 정결치 못한 생각이나 상상이 일어났다. 이에 카타리나는 이틀에 30분만 자는 고행에 나섰다. 멸망의 길로 빠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연히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 어느 날 카타리나가 고통으로 인해 거의 죽어가는 상태에서 예수님을 불렀을 때, 예수님께서 그녀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셨다. 그 생생한 대화가 카타리나의 저술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 카타리나 : “나의 주님! 악마들이 그 숱한 음란함을 통해 내 마음을 괴롭혔을 때 당신은 어디 계셨습니까?”

▲ 주님 : “나는 네 안에 있었다.”

▲ 카타리나 : “오! 주님 친히 진리이신 당신 앞에 나는 엎드려 말씀드립니다. 내 마음은 혐오스럽고 더러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떻게 당신께서 거기 계실 수 있었는지요?”

▲ 주님 : “그러한 생각과 유혹들이 네 마음 안에 무엇을 가져다주었느냐? 즐거움이었느냐, 고통이었느냐, 기쁨이었느냐, 슬픔이었느냐?”

▲ 카타리나 : “큰 고통과 갈등이었습니다.”

▲ 주님 : “네 마음 중심에 숨어 있는 내가 아니라면 누가 너를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었겠느냐 내가 거기에서 현존하지 않았더라면 음란한 생각이 가득찼을 때, 너는 쾌락에서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네가 원수들로부터 유혹 당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너의 구원을 위해 숨어서 아무 흔들림 없도록 너를 보호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나는 네게 더 친밀하게, 더 자주 나를 드러내 보이리라.”

카타리나는 이 말을 듣고 큰 위로를 느꼈으며 이후에는 어떠한 유혹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카타리나는 이후 3년간 기도, 묵상, 노동을 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준비를 하고, 18세 때 성 도미니코의 제3회에 입회했다. 이 회의 회원은 수도원에 들어가서 동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지 않고 세속에 있으면서 성 도미니코의 정신을 따라 가능한 한 복음의 권고를 실천하며 영혼 구원을 위해 노력하는 회였다. 이후 20세에 카타리나의 영적 성장은 이미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

대부분 과부들로 구성되어 있던 도미니코 제3회는 빈민층에 대한 봉사가 주 소임이었다. 카타리나는 주로 병자들을 보살폈고, 가난한 자들과 과부들을 돌봤다. 특히 1370년의 대 기근과 1374년의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던 시기에는 육체가 쇠진할 정도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카타리나가 간호사들의 수호성인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카타리나는 이와 함께 엄격한 금욕생활도 이어나갔다. 그녀는 주위에서 염려할 정도로 식사량을 줄여나간 반면 영성체를 자주 했다. 보통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금욕생활이었다. 하지만….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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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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