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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47)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2)

“아버지 당신께 제 영혼 맡기나이다”, 시기·질투 이겨내고 불우한 이웃 위해 헌신, 지식과 웅변의 은총 … 교회 분열 종식 이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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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은 의도를 가진 선한 행위가 주위 사람들의 좋은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한 행위가 반드시 칭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한 행동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의 시기와 질투 때문이다.

카타리나는 어려움에 처한 불우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은 채 헌신했다. 남의 집 청소까지 맡아서 해 주는 등 손발이 닳도록 일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 대한 모함도 만만치 않았다. 암을 앓고 있던 한 여인은 카타리나에게 많은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카타리나에 대해 근거 없는 모함을 했다. 하지만 카타리나는 조금도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고 여인을 계속 도왔다.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여인을 간호했다. 의도적으로 기분 나쁘게 대하는데도 기분 나빠하지 않으면, 기분 나쁘게 대한 쪽에서 오히려 더 당황하는 법이다. 그래서 여인은 그런 카타리나를 더 혹독하게 대했다. 그러자 카타리나는 이렇게 말했다.

“예수께서는 배은망덕한 유대인들이 당신을 저주하며 모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구원하는 성스러운 사업을 결코 중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겨우 두세 번 악담을 들었다고 해서 주님께서 명하신‘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마침내 카타리나의 성덕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카타리나의 거룩한 영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깊이를 더했다. 종종 주님의 발현을 뵙는 은혜를 받기까지 했다.

하루는 예수께서 한 손에는 황금 관을 다른 한 손에는 가시관을 들고 나타나서 “나의 딸아, 어느 것이든 하나를 선택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카타리나는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가시관을 잡아 머리에 쓰며 “저는 황송하옵게도 주님의 배필로 선택된 자로서 주님과 같은 고통의 가시관이야말로 적합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한다.

고통에 대한 청원은 받아들여진다. 1374년 주님께서 재차 발현하셔서 그의 몸에 오상을 박아 주셨다. 카타리나는 그 상처를 평생 동안 숨겼는데, 죽음이 가까이 와서야 타인의 눈에 띄어 세상에 알려졌다.

여기서 오상의 고통을 받은 성인 성녀들은 이렇게 대부분 스스로에게 드러난 기적을 숨겼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훗날 비오 성인도 그랬다. 오늘날 일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현상을 교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다니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성인과 성녀들은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기적들을 숨기려고 애썼다.

그런 카타리나에게 주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네게 지식과 웅변의 은혜를 줄 것이니, 여러 나라를 다니며 위정자와 지도자들에게 내 소망을 전하라.”

이에 카타리나는 주님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긴다. 1374년 카타리나 성녀는 당시에 치열했던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피사를 방문했다. 당시 교회는 교황파와 대립 교황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는데 카타리나는 늘 정통 교황파에 서서 교황의 정통성 확보에 이바지했다. 1309년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으로 교황청이 옮겨져 있었는데, 카타리나는 직접 그곳을 찾아가 교황님을 알현하여 1376년 교황청이 로마로 다시 돌아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회의 분열을 종식시키는 데, 카타리나의 공이 지대했던 것이다. 그녀의 사명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 당시 교회의 일부 지도자들 중에는 사치 생활로 기울어진 이들이 많았다. 카타리나는 이를 크게 염려하며 거리낌 없이 그 개혁 방법을 교황에게 올리기까지 했다. 카타리나는 또 설교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주변에 추종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설교가 사제의 절대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던 시절, 한 여성의 설교를 듣기 위해 많은 군중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카타리나의 영적 능력과 지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서서히 주님의 품에 안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1380년 카타리나는 먹고 마시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며 죽음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그해 2월 29일 33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성혈, 성혈, 성혈”이라는 말을 거듭 외치다가 예수님처럼 눈을 감고 “아버지 당신 손에 제 영혼을 맡기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461년 6월 28일 교황 비오 2세는 카타리나를 성녀로 시성하셨고, 1866년 4월 13일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로마의 수호자로 반포되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40년 5월 15일 카타리나를 이탈리아의 첫 수호자로 공포하고, 1943년 9월 15일 그녀를 모든 간호사의 수호자로 삼으셨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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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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