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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48)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③

“예수님의 배필로 영원히 살아가겠다”, 어린시절 하느님 직접 만나는 신적신비 체험, 본능적 성의 유혹 이기려 혹독히 기도 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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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는 카타리나 성녀의 삶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봤다. 이번 주부터는 카타리나 성녀의 영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많은 이들이 성인 성녀의 연대기적 삶과 몇몇 모범에 대해선 단편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그분들의 삶 안에 녹아있는 영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껍데기만 아는 것이다. 성인 성녀의 삶이 진정으로 나의 삶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께서 섭리하셨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성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다.

우선 카타리나 성녀의 선종한 나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33세에 선종했다. 태어난 해와 연도는 다르지만 정확히 예수님과 같은 나이에 하늘에 올랐다. 성녀의 삶이 이렇게 짧은 것은 예수 그리스도도 그랬듯이 그 짧은 생애 속에서, 주어진 일 해야할 일을 모두 완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훗날 교회에 의해 교회 박사로 선포된다. 평신도였고 더군다나 여성이었다. 그녀는 학문을 배우지 않았던 분이다. 글도 선종 3년 전에야 겨우 깨우쳤다고 한다. 30세까지 일자무식으로 살았던 분이다. 그랬던 그녀가 어떻게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동급의 교회 박사가 될 수 있었을까. 카타리나 성녀의 삶은 참으로 신비롭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어린 시절이 남다르다. 형성하는 신적신비인 하느님을 직접 만나는 신비 체험을 초등학교 입학전 나이에 했다고 한다. 수준 높은 관상가도 아닌데, 어린 시절에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사실 어린 시절의 신비 체험은 대부분 부모의 영향이 크다. 부모의 깊은 신심이 아이들에게 심어지고, 그때 그 아이들이 모방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기도를 하면 아이들도 기도를 하고, 부모가 매일 “돈! 돈! 돈!”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도 돈만 알게 된다. 돈만 밝히는 자녀를 두었다면, 자신들이 먼저 돈만 밝히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부모가 매일 저녁 식사를 한 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묵주기도를 해 보라. 만약 이웃집 보는 눈이 쑥스러워 길거리에서 묵주기도를 하기 힘들다면 집안에서 성경 필사를 한 번 해 보라. 성경 필사가 부담스러우면 그냥 성경을 함께 읽어도 된다. 아이들이 달라질 것이다. 부모가 성체조배를 하면 아이들도 성체조배의 참맛을 알게 된다. 부모가 기도하면 아이들도 기도한다. 그래서 신앙도 깊어지게 된다. 아이들은 이렇게 부모를 닮는다.

카타리나 성녀의 부모도 분명, 카타리나에게 기도하는 모범을 보여줬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에 카타리나는 7세 때 평생 동정을 바라며, 스스로 서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당 복사들에게 요즈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외교관이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음악가, 선생님 등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다. 대답이 다양하다. 그런데 신부님 수녀님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저는 결혼할 거예요”하고 말한다.

그런데 카타리나의 대답은 달랐다. “결혼하지 않겠다”였다. “예수님의 배필로 영원히 살아가겠다”였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하느님만이 아신다. 독신과 결혼의 길은 분명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것이다. 결혼하는 것, 대단히 좋은 일이다. 결혼 성소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그런데 똑같은 비중으로 독신 성소도 아름답다. 카타리나는 그 독신 성소를 받은 것이다. 이러한 성소에 대한 확신은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나서도 바뀌지 않았다. 부모는 카타리나의 결심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늘 기도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그녀의 확고한 모습을 보면서 차츰 마음을 돌리게 된다. 형성적 영성을 완성해 나가는데 있어서 세속적인 반대라는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카타리나가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묘한 일이 벌어진다. 본능적인 성에 대한 유혹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온 것이다. 사춘기다. 길거리에서 봤던 멋진 남자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을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남자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듯이 카타리나 성녀도 그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

15세 소녀 카타리나는 이런 유혹에 적극 대처한다. 이틀에 30분 꼴로 잠을 잤다. 잠을 자지 않는 시간에 늘 깨어 기도했다. 혹독한 고행이다. 이런 고행은 진정한 영적 갈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갈망은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충족된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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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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