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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49)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④

혼돈과 어둠의 시기에 예언자적 역할 수행, 혹독한 유혹 이겨낸 후 한차원 높아진 영성, 완전한 합치의 삶 통해 교회 쇄신 이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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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가 애타게 그리스도를 찾자 그리스도가 찾아왔다. 그리스도는 찾으면 오시는 분이다. 아니, 늘 옆에 계신데 우리가 찾고 있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카타리나는 자신이 성적인 충동에 휩싸여 있을 때 당신이 어디에 계셨냐고 물었고 예수님은 늘 너와 함께 있었다고 대답한다. 카타리나가 놀라서 “어떻게 더러운 생각으로 가득찬 저와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까”라고 묻자 예수님은 오히려 카타리나에게 “성적 욕망에 휩싸였을 때 기뻤느냐 아니면 고통스러웠느냐”를 묻는다. 카타리나가 고통스러웠다고 하자, 예수님은 그 고통 한가운데에 자신이 섭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예수님은 그 고통, 그 슬픔 가운데 함께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카타리나의 내면에는 정신적 창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영적인 창고 즉 마음의 창고가 있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영적인 창고에 머무르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고 고통을 받아도 예수님은 그런 부족한 우리 안에서 늘 함께 머무르신다.

이후 카타리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육체적 유혹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졌다. 또 한 차원 높은 진정한 영적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 가운데서 카타리나는 3년 동안 기도하고 노동하며 자신의 내면을 확고하게 세워 나갔다.

그러다 18세 때 수도회 제3회에 입회하게 된다. 그렇게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고, 환자와 함께하며 8년을 보냈다. 그런데 당시 카타리나가 접해야 했던 세계 형성의 장(場)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흑사병이 휩쓸고 있었다. 유럽 전체 인구의 1/3 혹은 1/4이 죽은 대 참사였다. 성직자의 40가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교회도 사회도 붕괴 일보 직전이었다. 또 당시 유럽에선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 전쟁이 일어났다. 더 나아가 교회도 1309년에서 1377년까지 68년간 교황님들이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히 교회는 프랑스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복잡한 교회사의 내막을 여기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교회로 볼 때는 참으로 아팠던 시기였다.

1000년 넘도록 교회는 성화하고 발전해오면서 좋은 역할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시행착오들이 일어나게 된다. 하느님은 은총을 계속 주시는데,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면 언제든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는 반드시 하느님에 의한 또 다른 섭리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카타리나는 바로 그 섭리의 한 방편이었다. 카타리나는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예언자적 역할을 하도록 불림을 받은 분이었다.

카타리나에게 오상의 은총을 내렸다. 오상이 무엇인가. 당신과 완전히 하나, 즉 합치를 이룬다는 증표다. 그 오상과 함께 소임을 맡기신다. 바로 프랑스에 머물고 계신 교황님을 로마로 모셔오도록 한 것과 교회의 쇄신을 이끌도록 한 것이다. 카타리나는 이 소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리고 교황님이 로마로 돌아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카타리나는 또 일부 사치와 향락에 떨어진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는 그리스도와 완전한 합치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30대 중반도 되지 않은 젊은 카타리나는 완전한 합치의 삶을 살았고 그 힘으로 교회를 쇄신했다.

형성하는 신적신비께서는 카타리나를 14세기 혼란 가운데서 태어나도록 섭리하셨고, 당신과의 합치로 이끄셨고, 그 영향을 통해 교회를 바로 잡으셨다. 카타리나는 33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형성은 물론, 세계 형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육신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 어떤 유혹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영적인 차원에서 하느님과 영감과 갈망을 주고받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유혹들을 극복했고, 형성의 초대에 완벽하게 응답했다. 문제는 한 사람의 완벽한 형성은 단순한 한 개인의 형성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카타리나의 완벽한 형성은 바로 세계 형성으로 이어진다. 교회를 쇄신했고, 결국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큰 영향을 준 것이다.

하느님은 이렇게 한 개인을 형성시키시고, 다음으로 그 주변 사람들을 형성시키시고, 세계를 형성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하느님의 형성 의지에 동참하겠다는 우리 개개인의 동의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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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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