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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1) 진정한 부부 상담자!

부부 상처 ‘누구 탓’ 아닌 서로가 지워 준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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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알고 지내는 형제님이 전화로 배우자와 함께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여 만났는데, 보여지는 모습은 금슬 좋은 부부였지만, 실제 사는 모습은 전날도 심하게 싸운 듯 서로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자주 싸운 나머지, 서로의 관계는 같은 집에 사는 공동 세입자였지, 말 그대로의 부부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부부 상담을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은 부부 각자가 ‘상담자’를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즉 배우자 서로는 나를 상담 안에서 동지로 만들어, 상담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속 시원하게 문제 있다고 판정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문제 있는 배우자는 상담자가 짚어주는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아무튼 그날도 배우자 각자는 나를 동지로 삼고자 노력했고, 그러면서 작은 법정이 되어 배우자 서로는 서로의 문제를 낱낱이 보고서를 작성한 듯 말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감퇴된다 하지만, 부부 서로의 상처는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부터 시작해서 주변 상황, 배경 설명, 그리고 그 일이 있기 전후의 상황들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자주 싸우던 아니면 무덤덤하던 가끔 전문 상담자를 만나서 부부 관계를 짚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상담으로만 끝나버리고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데, 과거의 선입견 하나가 방해해 버리면 너무 쉽게 원점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좋은 부부 상담을 원한다면 최고의 상담자셨던 예수님을 먼저 기도 안에서, 그리고 성경 안에서 묵상과 성찰을 통해 만나야 합니다. 침묵 안에서 내 상처를 보듬어주시는 그 분을 만날 때 과거 상처들의 진실을 겸손되게 인정할 수 있고, 그 상처의 책임이 ‘누구 탓’ 만이 아니라 서로가 상대 배우자에게 지워 준 십자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부부 상담 전문가이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내 아픔의 탓은 배우자 때문’이라는 그 생각만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부부의 십자가 안에서 어떻게 배우자를 사랑해야 할지에 대한 부활의 빛을 밝혀 주십니다. 그래서 원수 같다 생각하는 배우자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좋은 부부 상담자를 만나 좋은 상담을 받는 것도 부부 관계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지만, 그 이전에 인간 이해에 있어서 최고의 대가이신 예수님을 먼저 부부가 함께 만날 때 그 이후 상담은 100 효과가 있음을 나 역시 100 보장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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