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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8)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2)

“수많은 고통 이겨내는 방법은 오직 하느님”, 인간의 힘 허무하나 신적신비 힘으로 행복 느껴, 자신의 육체적 고통으로 인간 나약함·한계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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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가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을 때, 테레사는 6살이었다. 테레사는 이후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라나게 된다. 그런데 그녀도 훗날 교회 개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그녀의 선택은 루터가 선택한 ‘교회 밖에서의 개혁’이 아니라 ‘교회 내에서의 개혁’이었다. 테레사의 이러한 일이 어떻게 하느님의 형성 신비 안에서 이뤄졌는지 그 섭리의 역사를 들여다 보자.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적으로 형성이 잘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신앙인이라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미리 형성되도록 심어놓으신 그 어떤 신비를 잘 좇아야 한다. 그럴 때 최종적으로 형성하는 신적 신비 안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후에 이웃을 형성시키고, 사회를, 세계를, 우주를 하느님의 뜻에 맞게 형성시킬 수 있다.

성녀의 내면 형성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심 깊은 부모님의 영향 속에서 자라난 그녀는 어린 시절에 성인전을 즐겨 읽는 등 하느님의 은총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기름진 내면을 가꾸어 나갔다. 실제로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성모님을 어머니로 받아들이겠다고 울며 기도할 정도로 하느님으로부터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았고, 그 영감을 자신의 내면에서 소화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형성하는 신적신비께서 아빌라의 테레사의 선형성을 완성시켜 나간 방법은 육체적 고통이었다. 그녀는 몸이 나약해 평생 동안 병마와 싸워야 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병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하고 부유한 것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병의 고통이 전적으로 악이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큰 기둥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인간이 지닌 나약성, 즉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고, 두 번째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잠재력이다. 테레사 성녀는 이 두 가지의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신 분이다. 관념적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신 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완벽해 지려고 하고, 늘 완벽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나약성과 한계를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만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 질 수 있고, 진정한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형성하는 신적 신비로부터 힘을 받아서 생활을 하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삶이라도 기쁘고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자신의 힘으로만 생활을 하면 언젠가 모든 것이 허무해 지고,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이제 테레사가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해야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참 행복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때 하느님께서 형성하는 신적신비께서 테레사에게 ‘책’을 연결해 주신다. 그렇게 테레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을 읽고, 수녀원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수녀원에 들어간다고 해서 완덕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테레사에게도 첫 번째 시험이 다가온다. 장상 수녀님께서 중병에 걸린 병자들을 간호하는 소임을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임을 받은 것 자체가 하느님의 큰 은총이었다. 더욱 깊이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성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영원히 풀어야할 숙제가 하나 있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는 “나는 어떤 모습이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금 나는 돈 좀 벌었다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해서 우쭐한 모습인가. 아니면 나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하는 겸손한 모습인가.

아빌라의 테레사는 병자들을 간호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해, 또 이 사회에 대해 좀 더 깊이 깨닫게 된다. 당시의 의학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이는 의학이 발달했다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위에는 의술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삶을 원하는 만큼 꽃피우지 못한채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테레사는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 많은 고통을 받았다. 자신의 고통을 통해, 환자들의 고통을 통해 테레사는 그 넘어설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이제 진정한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치유될 수 없는 수많은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면서 진정으로 매달릴 곳은 오직 우주를 형성하고, 세상을 형성하고, 이웃을 형성하고, 나 자신을 형성하는 하느님 한 분 뿐이심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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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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