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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9)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3)

하느님과의 일치 체험 위해 ‘고통’ 청해, ‘기도·독서’통한 깊은 감명 … 영적성장 이바지, ‘가르멜회’개혁 외치며 ‘맨발의 가르멜회’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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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면서 단순히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이제 자신도 환자들과 같은 병에 걸리고 싶다는 기도를 바치게 된다. 대단히 높은 경지의 갈망이다.

테레사는 “하느님 제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라고 갈구했다. 그래서 “저도 이 병에 걸려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테레사가 보기에 환자들의 눈빛과 마음은 하느님께 대한 간절한 일치의 갈망을 담고 있었다. 또 하느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총이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 환자들과 같은 뜨겁게 달궈진 마음을 갖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자신도 병에 걸려서 하느님 당신이 얼마나 귀한 분이신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떻게 그 환자들처럼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지 체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갈망은 은총을 불러온다. 은총의 결과가 갈망이기도 하지만, 그 갈망의 은총을 받아들이면 갈망은 더 큰 합치의 은총으로 이어진다.

이제 테레사에게는 그 은총의 첫 단초가 주어진다. 테레사의 영적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 회심의 기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면 소위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다.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성당에서 이뤄진다. 테레사는 기도 중이었다. 그때 테레사는 매질 당하시는 예수님의 상본을 보고 강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는 등 지금까지 해온 몇 가지 사랑 행위들은 그 매질 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레사 자신이 이웃에게 베푼 사랑은 인류의 죄를 위해 인간에게 매질 당하는 그 사랑에 비하면 티끌보다도 작은 것이었다. 그 위대한 사랑 앞에서 테레사는 눈물을 펑펑 쏟는다. 그리고 그 예수님의 마음에 동참하기 위해 더 깊은 기도생활로 들어가게 된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책을 통해 왔다. 테레사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을 읽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노의 참회를 보면서 진정한 감동을 받았으며, 이를 자신의 참회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체험은 테레사의 내면을 더욱더 깊은 형성의 신비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는 바로 테레사 말년에 저술로 드러나는, 신비신학의 태동 기점이 된다.

아마도 이때가 한 30세 정도 되지 않았겠는가 추정된다. 그 열매는 약 17년 후에 나타난다. 47세 때 드디어 개혁 가르멜회인 ‘맨발의 가르멜회’(The Discalced [Barefooted] Carmelites)를 창설한다.

여기서 개혁 가르멜회라고 표현한 것은 기존에 가르멜회가 있었고, 그 가르멜회를 쇄신하고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레사의 맨발 가르멜회를 알기 위해선 우선 기존 가르멜회에 대해 알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르멜회(Order of Our Lady of Mountain Carmel)는 계율이 엄격한 관상(觀想)수도회로 구약의 엘리야 예언자(1열왕 17-19장)까지 소급된다.

가르멜 수도회의 순수 관상의 정신은 하느님과 직접적이고 내적인 삶의 체험을 무엇보다 선행시키며 중요하게 본다. 그 기원은 이렇다. 가르멜산은 하느님이 인간들을 당신께로 부르시는 산으로 예언자 엘리야가 이 산에서 늘 기도를 올렸다. 가르멜 수도회는 특별한 창설자가 없는데, 엘리야의 모범을 따라 가르멜산에 은수자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수도회의 시작이었다. 가르멜 수도회는 구약을 거쳐 신약에 이르면서 성서를 토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수도회 삶의 바탕으로 삼았다. 그러다 1205년부터 1210년까지 예루살렘의 주교였던 성 알베르토(St. Albertus)에 의해 성 브로카르도(St. Brocardus) 수사에게 공동체 삶을 위한 첫 규칙서가 주어졌다. 이 규칙서는 1247년 교황 인노첸시오 4세에 의해 인준되었다.

하지만 13세기 이후 가르멜 수도회도 한때 규율이 해이되고 쇠퇴해 갔는데, 많은 이들이 초기 정신을 잊고 살기 시작했다. 이때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에 의해 가르멜의 중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개혁된 수도회를 ‘맨발 가르멜회’라고 한다.

테레사는 17개의 수도원을 창설을 하고 저술을 남기는 등 왕성한 활동에 본격 나서게 된다. 오늘날 한국에 있는 가르멜회가 바로 이 테레사 성녀에 의한 ‘맨발 가르멜회’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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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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