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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61)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5)

‘영혼의 성’에 들기위해 겸손·순종의 덕 필요, 습관된 과거의 삶 깨끗이 청산하고 갈등과 권태기도 스스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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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신비를 어설프게 설명하다 보면 자칫 단순화 시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지극히 신비스런 내용을 담고 있는 테레사 성녀의 저술들을 쉽게 설명하다 보면 자칫 잘못된 내용을 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가 가진 한계를 감수하고서라도 성녀의 신비 체험을 가능한한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테레사 성녀가 말한 ‘영혼의 성’을 보자. 우리는 영혼의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성 밖에서 살며 혼란과 번뇌 속에서 산다. 세상과 나를 해석하지도, 하느님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이 먹다 보면 어느때 깨달음에 대한 갈망이 일어나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하느님의 품 안에서 쉬고 싶은 것이다.

이 영혼의 성에는 7개의 방이 있다. 소위 말하는 1궁방에서 7궁방까지의 방이 그것이다. 1궁방, 즉 첫 번째 방에는 독충과 벌레들이 득실거린다. 기도를 하려는데 파리가 나타나면 기도가 되겠는가. 성체조배를 하려는데 모기가 팔 위에 앉았다면 조배가 되겠는가. 이렇게 우리는 기도를 하고 하느님을 찾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독충과 벌레가 가득찬 마음으로는 올바른 기도에 정진할 수 없다. 여기서 독충과 벌레는 과거의 삶에서 습관화 되었던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 육신과 정신적인 무의식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어서 기도를 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영적 지도가 필요하다. 모기와 파리를 쫓는 방법을 알려줄 스승이 필요하다. 수영을 배우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물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훌륭한 수영 강사로부터 수영 기법을 배우면 자신감 있게 물 속에 뛰어들 수 있다.

테레사의 기도 9단계에서 이 상태가 바로 구성기도 1단계다. 이 단계에서 지도 방법은 극히 간단하다. 유치원 아이들이나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이 단계에선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칠 수 없다. 그냥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고, 감성과 지성을 훈련하면 된다. 성당에 처음 온 예비신자에게는 신학적인 논쟁이 필요 없다. 처음에는 그냥 주요 기도문을 외우게 하고, 묵주기도 방법을 알려주고, 성경을 읽게 할 따름이다. 성경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영성의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 주어도 알지 못한다.

자 이제 2궁방으로 넘어가 보자. 이 방에는 큰 독충이나 큰 벌레는 없다. 하지만 작은 독충과 작은 벌레들이 아직 남아 있다. 기도 덕분에 큰 벌레는 없어졌지만 아직 작은 벌레들은 남아 있다. 영적으로 말하자면 갈등의 시기다. 기도를 하다보면 무릎이 아플 수도 있고, 하느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는 것 같지도 않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괜히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머리 아프게 살지 말고 옛날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살고 싶을 수도 있다. 듣기는 듣되 말할 수 없고, 알기는 하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단계가 바로 이 단계다.

3궁방으로 들어가면 작은 벌레도 이제 어느 정도 제거 되어 있다. 마음의 평정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대죄는 모두 사라지고 아주 작은 소죄만이 남겨지게 된다. 그런데 과거에는 대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소죄 조차도 이제는 크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소죄마저도 없애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희생을 바치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이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동시에 권태기도 이때 찾아온다. 어느 정도 육신적 정신적으로 활동적인 노력은 했지만, 비례적으로 영적인 성장 노력은 부족해 영적 진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지치게 되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득도 별로 없어 보이고, 영적 성장을 위한 노력 자체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다.

사실 3궁방까지 설명한 이 글을 읽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실제로 수행을 하다 보면 3궁방까지 들어가는데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3년이 걸릴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많은 신자들이 이 단계에서 더 이상의 영적 성장을 포기하게 된다. 열심한 마음으로 본당 사목회와 교회내 각종 단체들에서 봉사하다가, 지치게 되면 더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여기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덕이 겸손의 덕과 순종의 덕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높은 가치를 보지 못하게 된다. 영혼이 메마르게 되면서 4궁방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4궁방이 여러분 앞에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4궁방은 어떤 모습일까.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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