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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12) 한 사람의 모습, 거울이 되어 다가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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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순교성지에 주기적으로 미사를 도와주러 갑니다. 어느 날 미사 후 영성체 때 성체를 나눠주고 있는데 맨 끝줄에 나이 드신 수녀님이 계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몸’하며 성체를 드는 순간, 그 수녀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무척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어, 수녀님, 누구시지? 언제, 어디서 뵈었지?’

미사가 끝나고 제의방에 들어가서도 ‘잘 아는 수녀님인 것은 분명한데, 어디서 뵌 분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였습니다. 제의를 벗고 다시 성당 뒤로 조용히 들어가 수녀님을 찾았습니다. 수녀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깜짝 놀라시며,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반갑게 인사해 주셨습니다.

“미사 때 신부님 얼굴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혹시나 신부님이 몰라보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먼저 나에게 인사를 다 해주고. 우리 신부님 얼굴은 더 통통해지셨네요. 요즘 어디 계셔요?”

순간, 이 수녀님이 누구신지 빨리 기억을 해내야 했습니다. 자칫 다른 수녀님과 헷갈려서 엉뚱한 대답을 하면 이렇게나 반기시는 수녀님께 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웃으며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얼굴 좀 부었어요. 성북동 본원에 살아요’라는 대답과 함께 수녀님께 ‘요즘 어디 계셔요?’하고 물었더니 경기도 용문 쪽에 계신다고 하시면서 ‘오늘 성지 왔더니 좋은 인연이 쏟아지는 하루’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수녀회 옷을 입으신 미소가 참 고우신 수녀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수녀님도 예전에 내가 잘 알고 지낸 수녀님인데, 10년 만에 이곳 성지에서 우연히 만났지 뭐야!”

그 수녀님의 손을 한시도 놓지 않는 수녀님의 표정에는 기쁨만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녀님은 당신을 알 수 있도록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어려운 환경인 국립의료원 주일 미사를 빠지지 않고 와주었지요. 얼마나 우리를 잘 도와주었는지.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순간, ‘아, 기억났다! 국립 의료원. 그래, 그곳 원목실에 계셨던 수녀님이시지!’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사제서품 후 나름 열성을 다해 ‘최선의 삶’을 살았던 그 시기,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시는 수녀님을 만나 내심 감동의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하느님과 세상, 가난하고 버림받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열정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기억 속에 펼쳐졌습니다. 진실한 한 분의 모습을 통해 순간, 제 삶의 거울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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